껍데기만 남은 K-방역,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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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4 00:02:30

백신 개발 임박 당시 신중함을 더해 백신 수급을 미뤘던 정부가 결국 수량 부족 문제로 접종률이 낮아지고 있다. 툭하면 접종계획이 변경되는 등 미숙한 대처가 부른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 총 115만7255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받았다. 2차 접종자는 6만511명이다. 1차 접종자만 보더라도 접종률은 2.2% 수준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가 운영하는 비영리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접종을 진행 중인 117개 국가 중 77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딘 국내 백신 접종 속도에 대해, 내수용 자국민 개발 백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국과 미국 등 백신 개발국을 제외한 국가들보다 접종률이 낮다. 백신 조기 수급을 결정하지 못한 정부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늦게나마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효능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령층 부작용 논란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혈전 문제가 터졌다. AZ백신을 접종받은 뒤 피가 굳는 혈전현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오스트리아에서 사망 사례 보고 이후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AZ백신의 사용을 일제히 중단한 바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AZ백신 접종 후 혈전 사례가 있었으나 3건 중 2건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1건마저도 혈소판 감소 증상이 없어 EMA 부작용 사례 정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AZ백신 접종의 연령별 이득과 위험 분석 결과에 따라 위험 대비 이득이 높지 않다는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정부가 안심하라던 AZ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 등 잡음이 이어지자,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계획이든 백신 자체든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정부는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는 것. 오는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회분이 국민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3상에서 96% 수준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으나 아직 글로벌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높은 예방효과를 보이는 만큼 하반기 게임체인저는 노바백스 백신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모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11월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노바백스 등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어야 하며, 수급 과정과 동시에 타이트하고 비상상황을 대비한 계획 보완, 그리고 불확실성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모두가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반에 K-방역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자화자찬하기 바빴던 정부의 안일함이 결국 국민의 피해를 키웠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안일함만 남은 K-방역 타이틀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세우는 게 먼저다.

[이한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한솔 hs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