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천스닥’과 공매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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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천스닥’과 공매도 재개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5 00:02:56

증권시장에 경사가 생겼다. 코스닥 지수가 2000년 이후 2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0선을 넘어서며 ‘천스닥’을 달성한 것이다. 올해 1월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지 석 달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닷컴 버블’이 한참이던 2000년 3월 3000선까지 근접했다. 하지만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그 다음해 500선까지 폭락했다. 이후에도 코스닥지수는 10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2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3월 428.35까지 떨어졌던 코스닥지수는 불과 9개월 만에 저점 대비 126% 반등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 일본 닛케이225 등 글로벌 주요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00년말 29조원이었던 코스닥 시총은 지난 12일 411조원을 넘어서며 14배 가량 증가했다.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기술기업 특례상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를 꼽는 의견도 있지만 누구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동학개미운동’의 공을 부인하지 못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제약과 바이오주, 2차전지 등에 관심이 쏠리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동학개미들은 모두 16조3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상 최대규모의 매수세를 보였다.

이런 호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쪽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로 다음달 3일부터 재개되는 공매도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종목들에 대해서 재개·금지의 효과와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재개방법 및 시기 등을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코스닥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코스닥 상장사들이 공매도로 인한 기업가치 왜곡과 악의적 시장 교란 행위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와 달리 개인 투자자 중심인 코스닥 시장의 특성도 공매도에 취약하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총 상위 30개사 또는 KRX300 구성종목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닥 기업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주식투자자가 아니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본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씨젠 등이 포함된다.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규정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불법공매도에 대해선 공매도 주문금액 범위 내, 공매도 이후 유상증자 참여는 최대 5억원 또는 부당이득액의 1.5배 이하의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외국계 기관이 국내에서 불법공매도를 하다 적발된 규모만 1713억원에 달하지만 부과된 과태료는 89억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치권은 입법적으로 과징금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