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노회한 웰빙黨’ 벗어야 수권 가능하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당 대표 선출 두고 갈피 못 잡아 내분 우려
새 인물과 정책으로 국민에 다가서길 기대
4·7재보선 압승은 與 심판이지 野 지지 아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6 00:02:01

국민의힘의 환골탈태가 요청된다. 제1야당이 건실해야 집권당의 독선을 막을 수 있고, 국민 신뢰 속에 집권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중앙정치에서 사사건건 여권 발목잡기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작지 않다. 비록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오만한 여권에 대한 심판이지 국민의힘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나름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태부족한 상태다.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다. 예컨대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자강론을 기본으로 삼고, 외부 영역 확장을 꾀하는 게 순서임에도 처음부터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 게 잘 보여주었다. 재보선 직후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죽하면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우려의 말을 남겼겠는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3월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두고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당권 경쟁에서 당내 이합집산과 권력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국민의힘 상황을 빗대 ‘아사리판(무질서한 상태)’이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곱씹어봐야 한다. 당이 재보선 민심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당권 경쟁에만 몰두할 경우 국민 시선이 다시 차가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자당 초선의원들이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계파 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 팀이 되겠다”고 천명한 대국민 약속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이들이 지적한 ‘특정 지역 정당’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TK)을 핵심 기반으로 삼는 현주소를 가리키는 것이며,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맥락임을 공감하고 당 쇄신에 반영하길 기대한다.

이는 곧 국민이 염증을 내는 정치권의 구태와 결별하는 일이다.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고 국민에게 내놓는 밥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다. 심지어 색깔론과 지역주의에 기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세월을 허비해선 기회가 없다.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지만 한국 보수정당의 운용체계는 여전히 20~30년 전에 머물러 있다. 당무 처리와 관련해선 시스템보다 리더의 지시와 의중이 우선이고, 국민의 요구를 긴 호흡으로 당의 정책으로 담아내기는커녕 이미 발생한 사회문제 관련 ‘대책위원회’ 만들기에 급급하다.

사실 지금처럼 진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수진영은 새로운 인물과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는 세상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국민의힘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평화와 정의, 공존과 기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고정불변의 도그마적인 자기이념에 갇혀 사고를 하는 건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노회한 웰빙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헌신·솔선수범과 대승적 화합으로 새로운 보수정당 이미지를 정립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