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기 구금은 매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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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 반도체 주도권 놓고 각국 사활
총수 부재로 투자 결정·M&A·인사 등 못해
경총회장·지자체장 등 각계 조기 사면 건의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9 00:02:01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말발굽 ‘편자의 못’에 비유할 정도로 반도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발언이다. ‘산업의 쌀’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백악관은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반도체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최근 개최했다.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주권을 미국이 되찾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3월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건을 발표했다. 근래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자 200억달러(약 22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기존 파운드리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

파운드리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쩐의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연초 올해 275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TSMC에 이어 인텔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함으로써 갈 길 바쁜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에 강력한 경쟁업체가 등장한 것이다.

한데 우리의 현실은 어둡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체 자체가 불투명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삼성은 총수 장기 공백이라는 불확실성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법 리스크에 따른 ‘총수 부재’라는 악재 속에서 적기에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올해 구체적인 설비투자액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를 280억달러로 예상하며, TSMC보다 약 5억달러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리더십 부재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이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1년간 중요한 투자 계획과 의사 결정, 인사 등이 미뤄지며 암흑기를 보낸 바 있다.

이처럼 굴지의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이 리더십 위기에 놓인 건 국가경제에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경제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이 부회장 사면을 잇달아 정부에 건의해 주목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 대기업 유치를 추진해온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대통령에게 발송했다. “대기업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어떤 전문 경영인이 투자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당국은 이 부회장 조기 사면을 긍정 검토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론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며 매국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사, 재판, 수감 등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시달렸다. 더구나 삼성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이 차질을 빚으며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은 2018년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인공지능(AI)와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 사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등은 우리 정부가 적극 육성하려는 미래 신사업 분야다.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전념토록 기회를 주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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