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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외교는 사라지고 ‘법대로’만 남은 한일 관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21 10:18:28

 
▲ 이동호 변호사
/일본, 방사능오염수 방류 결정에 한국 대놓고 무시
/정부, 국제재판소 제소 외 외교적 수단은 없어 보여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도 승소 낙관하기 어려워
/외교 수단 사라진 데는 일본과의 협정 번복도 원인
/국가 간 합의 존중하며 反日 아닌 克日을 모색해야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후쿠시마에는 원전 냉각수와 빗물 등 지하수를 모아 놓은 오염수 저장 탱크가 1000여개나 있는데 그 양이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채울 정도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배출 전에 62종의 방사성 물질은 걸러내고 제거가 어려운 삼중 수소는 400배 이상 바닷물을 섞어 희석해서 2년 후부터 약 30년에 걸쳐 서서히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은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은 당연히 거세게 반발하였다.
 
물론 일본 정부로서는 오염수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을 것이고 그 방법은 사실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한편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바로 이웃한 한국, 중국과는 협의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분함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 14일 산케이 신문의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것밖에 안 되나하는 자괴감마저 드는데, 주변국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중국이나 한국 따위에게 견해를 듣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총리와 외상이 주변국의 우려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겉으로는 ‘과학’을 명분으로 삼지만 실제 속마음은 한국에 대한 철저한 무시라고 보인다. ‘큰 나라’ 중국과 같이 무시당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필자는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대통령 지시가 있자마자 해양법 전문가의 분석(JTBC 2021. 4. 14. “[인터뷰]국제재판 승산은? 얼마나 걸리나, 최지현 해양법 교수”)이 나와서 읽어 봤는데, 꽤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국제해양법 재판에도 국내 재판의 가처분과 유사한 잠정처분이란 것이 있어서 3~4년 후에나 나올 최종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일단 오염수 방류만큼은 금지하는 결정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양법에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변호사인 필자가 보기에는 승소를 낙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잠정처분 인용에 필요한 긴급성과 회복 불가능한 손해 부분에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보도(2021. 4. 13. [팩트체크] 해양배출 후쿠시마 오염수 우리바다 유입ㆍ오염 가능성은)에 의하면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캘리포니아 해안을 돌아서 필리핀, 대만까지 거쳐 우리 바다로 유입되려면 4~5년은 걸린다고 하니 긴급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 긴 시간 동안 넓은 바다를 거치면서 위험 수치 이하로 희석될 수도 있어서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부인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방류수를 훨씬 먼저 맞이하는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 부분도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대한 잠정조치 신청은 자칫 일본에 정당성만 부여해 줄 위험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통령은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입장이니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대법원의 징용공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로 보복했던 2019년에 비해서 정부의 반응이나 대응이 너무 싱겁다는 점이다. 이 건은 당장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현안인데도 불구하고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이 ‘법대로 해보자’ 말고는 딱히 나온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현 정부가 일본과의 국가 간 합의를 가볍게 본 바람에 외교적인 해결의 길이 모두 막혀 버린데 있다고 보인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의 위안부 합의를 이 정부가 사실상 파기했는데, 박근혜정부와 이 정부가 다른 나라가 아닌데도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한 것은 외교적으로 대단히 큰 문제였다고 본다. 특히 징용공 재판과 그 후속인 신일본제철에 대한 강제집행 사건에서 정부는 사법부 존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국내 정치에 활용할 목적으로 일본의 외교적 해결 요구를 무시한 면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우리로서는 가해자 일본에 대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일깨우고 손해배상책임을 확인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호사인 필자가 보기에 한일청구권 협정의 문구만을 놓고 본다면 일본 역시 할 말이 아주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협정 제2조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명시했고 제3조는 협정의 해석에 관한 분쟁이 있으면 ‘우선 외교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에는 일본 패망 후에 일본국과 그 국민이 남기고 간 재산의 귀속 과정, 한일협정이 진행된 경과, 협정 후에 박정희, 노무현정부에서 보상이 이뤄졌던 경위 등이 아주 상세히 나와 있어서 필자에게는 한일 현대사 공부에 좋은 교재도 되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필자는 한일협정은 박정희 군사정권이 정통성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고 졸속으로 진행한 협정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판결을 읽고 사실은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협정은 졸속이 아니라 1951년부터 무려 10년 넘게 7차례의 본회의와 수십 차례의 예비회담을 거쳐서 65년에야 타결된,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된 협상이었다. 그리고 이 협정의 모태가 되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한국은 단순히 ‘일본의 통지로부터 이탈된 지역’으로밖에는 취급되지 않았었다. 우리가 일본과 전쟁을 해서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정의 명칭도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그저 무색무취한 ‘청구권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우리에겐 뼈아픈 일이지만 한번 맺어진 협정을 그렇다고 60년이 지나서 뒤집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도 한일협정의 한계를 알았기 때문에 외교부의 의견을 소송에 제출되게 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부에 외교적인 해결을 촉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대법원 판결 직후에 정부가 일단 원고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조건으로 강제집행을 늦춰 놓고서 이를 지렛대 삼아 일본과의 외교 협상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반도체 수출 규제라는 그 난리도 없었겠지만 일본이 ”한국 따위의 견해를 듣고 싶지 않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도 안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류가 이뤄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후대의 국민이 감수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지금의 위정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테니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후대를 위해서라도 ‘법대로 하자’고만 외치며 반일(反日)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하며 극일(克日)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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