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미달·중립성 훼손’ 공수처,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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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60%만 충원…수사 경험 검사 4명 불과
피의자 신분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에스코트’
정권 코드수사기관 변질 ‘태생적 한계’ 못 벗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1 00:02:01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1월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3개월 만인 최근 검사 13명을 선발하며 첫 수사 개시를 위한 최소한의 조직 구성을 마쳤다. 하지만 전체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의 60%인 15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더욱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4명뿐인 상황에서 당장 정상적인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이미 임명된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23명의 검사를 선발하려고 했지만 실제 임명된 검사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 13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나마 13명 중 실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고작 4명뿐이라는 사실이다. 김 처장이나 여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인 만큼 최대 12명의 검사 출신을 공수처 검사로 임명할 수 있지만, 3분의 1만 임명된 셈이다. 나머지 검사들은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공직자 범죄 수사는 일반 고소·고발 사건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피의자의 방어 강도도 셀 수밖에 없는데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지 강한 의문을 나타낼 정도다. 전체 수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피의자의 신병처리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경험이 없다. 설상가상 공수처 검사들까지 대부분 비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이 임명돼 수사 속도나 능률면에서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이다. 공수처가 1호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김 처장은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를 이용해, 또 자신의 비서관에게 운전을 맡겨 공수처로 황제 에스코트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이첩된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불렀으면 소환조사라고 봐야하는데, 김 처장은 조사인지 면담인지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 지검장에 대한 면담 내용도 일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이 지검장 면담 직후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공소권을 공수처에 유보하겠다고 한 김 처장의 요청이 수사 공정성을 의심받은 것 역시 이 같은 황제 조사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김 처장은 사안마다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없어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황제 에스코트 논란으로 드러난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은 김 처장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 김 처장의 관용차를 운전해 이 지검장을 공수처로 모신 김 처장의 비서관 김모씨는 지난해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올해 1월 공수처장 비서관으로 특별 채용됐다. 1년이 채 안 되는 변호사 경력을 가진 김씨가 공수처장 비서관으로 특채된 것은 충분히 그 배경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다. 김씨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이고, 김씨의 아버지 역시 한양대 법대 출신이자 추 전 장관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점이 드러났다. 특히 김씨의 아버지는 추 전 장관이 공천권을 행사했던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이러니 공수처는 당초 정권 입맛에 맞춘 코드 수사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고, 공수처장은 정권을 위해 맞춤제작 된 꼭두각시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여러 정황상 공수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라는 기대는 난망이디. 김 처장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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