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넘어선 가상화폐… 외면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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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2 00:02:30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을 뛰어 넘으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14개 가상화폐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시장(9조4000억원)과 코스닥시장(9조7000억원)의 지난달 하루 평균 개인투자자 거래 금액을 합친 것보다 약 5조원 많다.

물론 기관·외국인투자자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국내 증시의 거래 규모가 크다. 다만 가상화폐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미’들의 투자심리는 이미 가상화폐로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도지코인의 거래 규모는 압도적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 기준 도지코인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약 11조원으로 ‘천스닥 시대’를 연 코스닥의 같은 날 거래대금(11조4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한 이유는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많은 돈들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향했다면 올해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상승률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4월 20일 859만2000원이었던 비트코인 시세(빗썸 기준)는 올해 1월 1일 3223만5000원, 이달 19일엔 7287만2000원까지 올랐다. 4개월 만에 126%, 1년 만에 750% 가량 상승한 셈이다.

이에 비해 법과 제도는 미비하다. 가상화폐나 거래소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관리나 규제 자체가 사실상 없다. 지난달 25일부터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 의무를 부여하고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정도다.

다만 이는 거래소가 제대로 된 곳인지 검증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은행들이 알아서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입출금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에서 승인한 거래소만 운영할 수 있는 일본과 상반된다.

금융당국이 외면하는 사이 가상화폐는 ‘환치기’ 등 불법 행위에 노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저렴하게 산 뒤 국내에서 비싸게 팔아치운 뒤 자국으로 외화를 송금하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문제가 커지가 정부는 부랴부랴 6월까지 범정부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는 법정화폐도 아니고 금융투자 상품도 아니다. 향후 달러나 금을 대체할지 또는 ‘휴지조각’이 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단순히 관망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식으로 접근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손실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되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거래를 중단하든 자산시장으로 인정하든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