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돌풍 아이오닉5, 보조금 소진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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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등 지자체 보조금 바닥…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동날 듯
테슬라 보조금 독식 탓…현대차, 전기차 시장 공략 계획 차질 불가피
車 반도체 수급난에 아이오닉5 인도 시기 지연…계약 취소 대란 우려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1 15:02:10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전계약 첫 날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흥행을 예고했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구매를 포기하는 고객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올해 책정한 전기차 보조금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7만5000대를 대상으로 1대 당 1100~19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전기차 등록 대수 3만1000여대보다 2배 넘게 늘린 규모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지방비로 편성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4만5814대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전기차 5067대 가운데 이미 4445대(87.7%)가 접수를 끝냈다. 남은 622대도 사전 계약자에게 먼저 배정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2301대 가운데 1501대(64.8%)가 접수를 마쳤다. 현 추세라면 서울과 부산의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상반기 안에 동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테슬라가 올 1분기에 보조금을 독식한 결과다. 올 1분기에 판매 계약한 테슬라 전기차 3200여대 가운데 1100여대가 서울시 보조금을 쓸어갔다. 부산에서는 테슬라 전기차 530대가 올해 지자체 보조금의 약 25%를 받아 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전기차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편중된 전기차 인프라를 고려하지 못했다”며 “서울에 사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려고 전남 영광군까지 찾아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광군이 편성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수는 60대이지만 현재 등록 대수는 0대다.

전기차 보조금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자 아이오닉5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현대차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2월 25일 아이오닉5 사전 계약을 개시한 이래 4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일찌감치 사전 계약한 사람도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아이오닉5는 출시하기도 전에 구매가 꺼려지는 전기차가 돼 버렸다. 이에 일부 사전 계약자들은 계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전기차에 적용되는 최대 300만원의 개별소비세 혜택과 구매 보조금 1200만원 등 총 15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전기차를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아이오닉5의 사전 계약이 대거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아이오닉5의 차량 인도 시기는 더욱 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대차는 수출 물량을 포함해 올해 아이오닉5를 7만대 가량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구동모터 모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대차 울산1공장은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가동을 멈췄다. 이에 아이오닉5의 이달 생산 계획은 기존 1만대에서 2600대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월 1만대 수준으로 정상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아이오닉5 양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오닉5의 경우 탑재되는 반도체 수가 500여개로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2배 정도 많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사전 계약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아이오닉5 차량 인도가 더욱 늦어지게 되면 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 1분기 전기차 보조금을 싹쓸이했던 테슬라가 이달 들어 모델3와 함께 모델Y의 국내 인도를 본격화하고 있어 보조금 소진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델3는 계약이 이뤄지면 바로 미국 등에서 공수할 수 있는 반면 아이오닉5 등은 구동 모터와 반도체 부족 등으로 차량 인도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아이오닉5 사전 계약자들의 계약 취소 대란이 번질 수 있고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 역시 대거 테슬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현행 선착순에서 분기 할당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분기 할당제로 바꾸게 되면 현대차·기아를 위한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며 “당장 제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