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갈아타기’ 피해 속출… 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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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 같아도 사업비 중복 등 가입자 손해… 보험료 총액·질병특약 여부·예정이율 따져봐야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1 19:34:06

▲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신규보험을 가입토록 권유하는 ‘보험 갈아타기’ 영업에 대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원금손실 가능성과 신규계약에 대한 비교 등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

# 1. A씨는 지인이 소개한 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사망보험금 4000만원의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같은 날 사망보험금 5000만원의 다른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따져보니 사망보험금 1000만원을 늘리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1300만원인 셈으로 드러났다.

# 2. B씨는 기존 상품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아 유사한 상품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설계사의 말만 듣고 다른 보험상품으로 갈아탔다. 새 상품으로 변경하면 해지환급금이 새로 가입한 상품의 보험료로 납입되고 기존의 납입기간만큼 인정된다는 설계사의 설명과 달리 B씨는 해지환급금 손실만 생기고 기존의 납입기간 인정을 받지 못했다.

최근 보험계약자의 재무상태·생애주기에 적합하게 보험계약을 재구성해준다며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보험을 가입토록 광고 및 상담을 하는 ‘보험 리모델링’ 영업이 늘고 있다. 이는 ‘보험 갈아타기’ 또는 ‘보험 재설계’로도 불린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21일 이런 보험 리모델링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기존 보험 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 해지 및 신규계약에 대한 비교 등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종신보험을 가입하는 ‘종신보험 간 리모델링’은 보장은 동일하나 사업비 중복부담 등 금전적 손실이 발생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망보험금을 증액하고 싶은 경우 기존 종신보험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신규 종신보험을 추가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더이상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 기존 종신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감액 완납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액완납이란 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고 보험 가입금액을 줄이면 보험기관과 보험금의 지급조건 변경 없이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급전 등 목돈 마련을 위해 기존계약을 14년간 유지하다가 예정이율이 높은 상품에서 낮은 상품으로 변경한 경우, 피보험자 연령 증가에 따른 보험료 상승도 커서 2600만원의 계약자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급전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 기존 종신보험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보험계약대출 제도를 이용할 것도 권고했다. 보험계약대출 제도는 약관에 따라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신용등급조회 등 대출 심사 절차가 생략되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다.

또한 금감원은 종신보험 리모델링 시 보험료와 보장소멸 여부, 예정이율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먼저 리모델링으로 보험료 총액이 상승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신규로 가입하면 사업비를 중복으로 부담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연령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므로 기존 보험을 장기간 유지한 후 신규 보험으로 재가입하면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청약시 가입이 거절될 질병 특약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질병 이력이 있으면 기존 보험에서 보장받던 질병 특약이라도 신규보험 청약 시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으로 예정이율이 낮아지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과거에 판매한 보험상품이 최근 판매하는 상품보다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의 권유는 판매 수수료 증대를 목적으로 한 불완전 판매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