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기침하면 南은 몸살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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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기침하면 南은 몸살 앓아

한대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3 00:02:36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에 이어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포 규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은 올 3월부터 발효됐다. 법안은 전단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지는 각종 정보와 일체의 ‘물품’까지 살포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된 지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대북 반출‧반입 항목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을 신설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대북라디오 차단을 규제하려 했다. 이에 국제사회와 국내 인권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정부는 “대북라디오 방송은 규정대상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면밀히 조사한 결과 반입‧반출 규제 대상에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는 영화‧드라마‧서적 등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술 더 떠 대북라디오 방송 규제보다 더 강화된 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이 대북전단금지법으로 USB를 통한 정보 살포를 막은데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도 원천 차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해 이렇게 까지 국내 인권을 침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지난해 발생한 이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4일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우리 당국을 향해 협박성 담화를 내놨다.

김여정은 당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우리 통일부는 김여정의 협박성 담화가 발표된지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예고에도 없었던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과 관련한 법률 정비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김여정은 담화 발표 5일 째 되던 날인 2020년 6월 9일 결국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김여정의 미친 행동에 지레 겁먹은 정부여당은 이때부터 ‘대북전단금지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고, 곧이어 대북라디오 차단이라는 아부로 북한 달래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북(北)이 기침하니 남(南)이 몸살을 앓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벌어졌다.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언제부터 북한의 협박에 이리 휘둘린 적 있었던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김정은 찬양’도 법제화 될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달래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전 세계가 한국을 향해 인권 침해 국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북한 감싸기로 인한 인권침해를 꼬집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등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 하원의원들과 증인으로 출석한 참석자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의 기본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의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은 한국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수정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국제무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던 우리나라가 인권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둔 이후부터 인권문제로 세계의 우려 섞인 주시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하니 항간에서 문 대통령더러 ‘북한의 눈칫밥을 먹느라 고생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것 같다.

세계 7위의 군사대국이며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도대체 왜 이렇게 북한 앞에만 서면 ‘종이 호랑이’가 되고 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왜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국민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은 냉정함을 되찾고 미래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 될 일들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대의 du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