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광풍에 등 떠밀린 청년세대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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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3 00:02:48

지난해 증권시장에 몰렸던 투자열기가 올해엔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석달간 가상화폐 시장 거래액은 1500조원 규모다. 지난해 전체 거래액인 357조원의 4배에 달한다. 증시시장 거래액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소위 ‘개미’라 불리는 투자자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위험천만한 거래를 감행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의 매력 중 하나는 변동성이다. 증시에 있는 장 시작, 장 종료 개념이 없고 상·하한가도 없다. ‘아직까지는’ 별도의 세금을 내거나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단 하루만에 투자금의 배에 달하는 돈을 벌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심심치 않게 가상화폐 시장을 통해 수억의 돈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투자자들의 소식이 들려오는 배경이다.

단기간에 큰돈을 벌게 해주는 가상화폐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 변동성이 크고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하루아침에 모든 투자액을 잃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상승폭이 크고 빠른 만큼 추락 속도도 크고 빠르다. 가격이 왜 오르는지, 떨어지는지도 확실치 않다. 투자자 중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대, 30대 청년들이라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 중 20대가 32.7%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대가 30.8%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예치금 상승폭도 도드라졌다. 20대가 1월말 기준 346억원에서 3월말 기준 881억원으로 154.7% 늘었고 30대는 846억원에서 1919억원으로 126.7% 늘었다.

유독 청년들이 위험한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지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특별히 돈 욕심이 많아서일지, 아니면 어떤 정치인의 말마따나 ‘경험이 적어서’일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지 명확한 이유를 찾긴 쉽지 않겠지만 그 문제 중 하나로 집값 문제를 거론해 볼 수 있다.

흔히들 인간 생활의 삼대 기본요소로 옷과 음식, 그리고 집을 지목한다. 대다수 국민들의 옷과 음식은 해결하고 있지만 집만큼은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 원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평생 돈을 저축해야만 겨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옛날 얘기가 됐다는 점이다.

기자를 비롯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다. 취업을 통해 직장을 얻고,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받은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는 방식으로는 사실상 집을 살 수 없다.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수도권에 있는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다. 한 달에 100만원씩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83년을 모아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이마저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고, 저축액에 변동이 없어야 가능하다. 저축으로는 사실상 집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청년들은 증권시장에 뛰어들었고, 이제는 주식으로도 안 될 것 같으니 가상화폐에 돈을 걸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일상을 방해한다. 투자금과 시장에 집중하느라 본업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손실로도 다가올 수 있다.

본업만으로는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데 본업을 찾는 것마저도 힘든 세상이다. 좌절감이 큰 가운데서도 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불합리가 목을 조여 온다. 오히려 청년세대에선 도박 같은 시장에 기대야만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부와 기성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위험하니 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 중 시장의 위험성을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중요한 건 다 아는 사실을 말하기에 앞서 그 위험한 시장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살면서 내 집 하나 마련해보겠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니지 않는가.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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