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툭하면 ‘前정권·親日 탓’…국정운영 능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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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참패에도 시대흐름 몰각·내로남불 여전
생명 좌우하는 백신·미래 먹거리 반도체 ‘뒷전’
매사 ‘내 편, 네 편’ 갈라치기式 흑백논리 대응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3 00:02:01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민심이 당에서 이탈한 결정적인 원인이 시대 흐름 몰각과 ‘내로남불’임에도 아직 ‘전(前) 정권 탓과 친일 적폐청산’ 운운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딱한 일이다.

근래 당 대표 경선 중인 주요 후보들은 국민 생명이 걸린 백신 확보와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의 글로벌 전쟁에서 우위 확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대한 명쾌한 대안 제시는 없고, 철 지난 이념 투쟁적 의제에 집착하고 있다. 지식인과 시민들로부터 모욕적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민주당이 이념·과거에 빠져 생각이 끊겼다”고 강하게 비판한 본뜻을 귀 담아 듣길 바란다. 최 교수는 최근 40여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는 의원의 출사표가 ‘친일잔재 청산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이분들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일갈했다.

최 교수는 작심하고 “생각이 없으면 현실을 관찰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전제한 뒤 최근 반도체 문제 등 현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보지 않고, 자신이 믿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생각이 멈춰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요즘 ‘산업의 쌀’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을 초청해 ‘반도체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최근 개최했다.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주권을 미국이 되찾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여당이라면,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밝혀야 한다.

친일 문제도 그렇다. 먼저 한·일 간 우호협력 증진 방안을 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위안부·징용공 문제 등 과거사 해법을 논의하는 접근 자세를 취하지 않고 일도양단 식 친일 프레임을 씌워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태도는 온당하지 못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가 그제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한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주권 면제’ 이론을 적용한 결과다. 재판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으나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부정하게 되면 판결 선고와 강제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반인도적 범죄에는 국가면제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월 판결과 정반대의 결정이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일제강점기 과거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잇달아 내렸던 사법부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고 해석된다.

시대 흐름이 이러한데도 민주당은 국익보다 ‘정치 투쟁’에 매몰돼 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한·일 해저터널 공약에 대해 건설의 무한한 긍정 효과는 뒷전인 채 어깃장만 놓고 있다. “한국이 얻는 수익이 5라면 일본이 얻는 수익은 500 이상으로 이적행위에 가깝다”며 ‘토착왜구’ 운운 등 반일 프레임 짜기에 급급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 매사 ‘내 편, 네 편’ 같은 갈라치기 식 흑백논리로 대응하면 당 쇄신의 동력 상실은 물론 국정운영 능력 부적격 세력으로 국민적 심판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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