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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에베소서 4 : 29>
“가늘고 길게(끊어지지 않게 조심하며)버틸래, 짧고 굵게 인정받고 끝낼래?”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하는 밸런스(균형) 게임인데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개의 문제 중 무조건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렵지 않다. 유머 감각으로 적절히 받아치면 되는 답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 갑자기 진지하게 느껴질 때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다.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양극단의 선택이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보다 접종 속도를 못 내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얼핏 그 말을 들으면 마치 백신을 넉넉하게 쌓아놓고 있는데 의료계가 현장에서 접종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으로 들린다. 또 그 특유의 남 탓이 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득 요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아니다. 대통령의 말은 실상과 거리가 먼 발언이다. ‘백신 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당초 공언한 백신도입 계획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져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분기에 2000만명분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직접 화상회의까지 열어 발표했던 모더나 백신은 사실상 하반기로 도입시점이 늦춰졌다. 얀센 백신도 구체적 도입 시기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수일 전 “미국과 백신 스와프(맞교환)를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우쭐하더니 바로 다음 날 관훈토론회에서는 “미국도 국내 사정이 아직 매우 어렵다고 한다”며 꼬리를 내렸다. 정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은 결국 정부 불신만 키웠을 뿐이다.
이에 앞서 주무 장관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추가로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해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꼴이 됐다. 아니면 말고 식 발언도 많다.
일본의 경우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화이자 백신을 대량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뒤늦게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질병관리청, 식약처, 복지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이 그동안 구렁이 담 넘듯 수수방관했다는 직무유기 고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어디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자승자박’이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돼 고통당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측하건데 문재인 정권은 일찍부터 백신 들여오는 데 소극적이었다. 온 국민이 백신 맞아 마스크 벗고 나면 광화문 집회를 막을 수 없고 국민 통제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일찍부터 중국 우한바이러스 생기자마자 그 중국인들을 마구 수입해 사실상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문재인 정권이었고 이들은 애초부터 이것을 시민운동 억압하고 통제사회 만드는 도구로 써 온 것인지 모른다는 의혹을 키웠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코로나19는 종북 정권 유지와 시민통제에 더 없는 우군이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의 입과 발을 틀어막고 통제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이 상황을 대변한 논리가 문 대통령이 정치 편향과 부정확한 방역 자문논란을 일으킨 기모란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해 정책 혼선을 키웠다는 점이다.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화되면 행여 광화문 광장에 나와 태극기 날리는 게 어쩜 그들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기에 미적거리고 이말 저말로 회유와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날까지 나름 정답이 없는 ‘밸런스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믿고 싶지 않지만 정부가 5인 이하로 인원을 제한한 것도 “사람 수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모임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히 현 정부를 비판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통제를 하는 것’이란 말도 떠돌고 있다.
네티즌들의 입방아겠지만 항간에 들리는 얘기는 “코로나19는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간다”였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집권 말기에 정권 지탱 수단이 없는 것을 알고 모의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아스트라제네카라는 문제가 많은 백신을 들여와 흉내 내면서 대선까지 끌고 가 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대선까지 끌고 갈 묘안으로 작동시키면서도 여론과 민심이 기울어지는 것을 봐야하는 저들의 심사가 꼬이게 됐다.
10대 경제 강국이 세계 최하위 백신국으로 내몰리는데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고 4·7재보궐선거를 통해 유래 없는 참패를 당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전략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백신정책이 갈수록 꼬이면서 미로에 갇힌 형국이 돼 버렸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지만 해결은 커녕 오히려 꼬이는 상황이다. 백신을 과거처럼 뭉개다가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보니 뒤늦게 미국과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동맹 미국의 미움을 잔뜩 쌓아놓은 판이라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미·일·인도·호주와 안보동맹(쿼드)하자고 해도 중국에 찍힐까 거부해버린 판인데 미국인들 문재인 정권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겠는가? 모든 게 자승자박이다.
임기 말 레임덕일까 양산 주민들이 왜 고향도 아닌 양산으로 문 대통령이 오느냐며 양산에 ‘오지 말라’는 플랭카드를 내걸고 반대 시위를 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미국 산 백신 대신 러시아나 중국산 수입하려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런 백신을 맞으려 하겠는가.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앞장서서 뛰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순간만 넘기려고 설익은 대책을 양산해 혼란과 불신을 키울 때가 아니다.
정확한 백신정보를 국민에게 내놔야 한다. 범정부 백신 도입 총괄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오는 8월부터 국내에서 대량 위탁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 한 바 있으나 계약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발표로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위탁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 제한 언급도 자칫 역풍을 부를 위험한 발상이었다.
문 대통령이 재보선 참패 12일 만에 “국민의 질책을 쓴 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 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대변인의 전언이 아닌 문 대통령의 육성으로 참패와 관련된 언급이 나온 건 선거 후 처음이다.
‘국민의 질책’ 이란 표현은 재보선 참패를 언급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도 문 대통령은 꼬인 기존 매듭을 풀지 않고 있다. 기조 전환보다 기존 정책의 마무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다. “부족한 것은 고치겠다”고 말했지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오히려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자신의 업적을 설명한 것으로 비쳐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서울·부산 시장 오찬 회동에서 과거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논의 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대통령의 권한이라지만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보선 참패로 중도층 표심을 껴안아야 할 청와대와 여당이 화해와 화합 차원에서 사면을 논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통합이 시대정신이기에 사면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소통과 협력에도 힘써 달라” 며 “선거로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와 특별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달라. 방역관리에 허점이 생기거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소통하고 긴밀히 협력하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말로만 끝날게 아니라 몸소 실천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이 신뢰를 잃은 대통령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 14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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