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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의 경제 회복 탄력성에 엇박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종래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물리적 봉쇄에서 백신 접종이라는 과학적 접근이 현실화하면서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벽한 초기 봉쇄로 전자로 분류되는 성공한 방역 모범 국가들도 여럿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보고서에 따르면 4주 기간 동안 인구 100만 명 당 확진자 수가 5명 이내 발생하고 있는 국가를 ‘콜드 스폿(Cold Spot)’으로 분류한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는 32개국으로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태국 등이 포함되었다. 한국은 초기 방역 성공에 자만한 나머지 시간을 끌다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고 있는 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눈길을 끈다. 백신 투입이 되지 않으면 코로나를 종식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외부의 평가도 그렇지만 내부 불만도 계속 누적돼 정부가 내세우는 ‘K-방역’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년여를 되돌아보는 것이 부질없기는 하지만 난국 돌파를 위해서는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문제의 본질은 코로나 극복과 관련한 투명성이 없고, 위기에 대처하는 ‘컨틴전시 플랜’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국민의 삶은 지칠 대로 지쳐있고, 내수는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절망감으로 지난 한 달 동안 1000명의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 있고, 지난 1년간 호프집·간이주점·노래방 등의 8000개 점포가 폐업한 것으로 밝혀진다. 상당수의 소매 업종들이 소비 부진에 시달리면서 이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언제 좋아질 수 있을지 기약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조기 백신 접종을 시행한 국가들의 경제 정상화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속이 타들어 간다. 백신 확보에 실패한 굼벵이 국가라는 오명까지 듣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우울한 소식만 더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끼리만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까지 추진되고 있어 무역을 통해 먹고 사는 우리의 초조와 불안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이제 국면 돌파를 위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 주도의 방역, 백신 확보,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희박해지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코로나 종식은 멀어지고, 경제도 더 망가지기가 십상이다. 더는 미루지 말고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테스크포스 팀을 신속하게 만들어 실행에 옮겨야 한다. K-방역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민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크게는 방역과 경제를 묶는 ‘상생 방역’과 백신 확보를 위한 ‘백신 총력전’의 두 개 팀으로 나누어 살길을 찾아내야 한다.
의료 전문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제조업 대표를 포함해 업종별 방역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시차별 출·퇴근, 재택근무 등을 강화해 감염 확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한편으론 백신 확보를 위해 민간 대기업이 참여하는 총력 외교전을 펼쳐야 할 시기다. 반도체·배터리·광대역 등 우리 대기업이 기술적 우위에 있는 부문을 매개로 백신과의 딜 해법을 주저 없이 서두를 때다.
세상 판세 읽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진용 재구축, 컨틴전시 플랜과 태스크포스팀 필요
또 백신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백신 확보 정보를 정부 부문이 독점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가감 없이 공개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막연하게 연말까지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는 허황한 발표는 국민을 더 피곤하게 할 뿐이다.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개인이 언제 어떤 백신을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에 대한 예측 정보와 우선순위를 공개해야 한다. 수급 상황에 이상에 생기면 이에 맞게 수정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좋은 지도자 혹은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다.
현상을 회피하거나 숨기려 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낭패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비록 지나간 일이지만 작년 8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시작할 무렵부터 정부가 자만하던 K-방역의 위상은 허물어졌다. 정부의 코로나 통제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구차한 변명으로 백신 도입을 지체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할 것이다.
한편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변이 감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개발된 백신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겠지만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그래서 팬데믹이 아니고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사는 경험적으로 전쟁보다 전염병이 인류에게 더 치명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역사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백신 기술을 가진 나라가 결정적인 우위에 서는, 즉 백신 패권이라는 말이 이래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백신 부자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희비가 교차하면서 지구촌을 양분하는 이른바 ‘백신 디바이드’가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도 좋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백신 기술 자력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차선책으로 백신 생산 라이센스 공장을 추가로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헬리콥터 머니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런 돈이 있으면 더 생산적인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잘 읽어야 백신 수급에도 숨통이 터진다. 백신은 사치가 아니고 국민 생명과 민생과 직결된 이슈다. 바이든 정권 출범으로 글로벌 신(新)질서 움직임이 가시적이다. 안보와 기술을 매개로 하는 편 가르기에 더해 백신을 또 다른 중요한 빗장으로 구사할 것임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자체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의 처지가 난처해지고 있다. 잦은 백신 사고와 부작용으로 미국 백신에 대한 구애가 더 강해지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확실히 자기 편에 서는 나라들에 우선해 백신 공급을 할 것임을 노골화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미국도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요하면 반도체와 백신을 맞교환하는 백신 동맹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 대처를 위해 공공 주도의 일방적 하향 주도식으로 치중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노력에 비해 정확하게 실패작이다. 리더십과 전문성이 모자라면 헛수고에 불과하다. 이제 위기 타개 전면에 나서는 사람을 바꾸어 진용을 재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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