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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사학계가 신봉하는 한반도북부 패수설에는 압록강설, 대동강설, 청천강설 등이 있다. 이는 한사군의 핵심인 낙랑군의 위치가 한반도 평양이라는 반도사관에 입각한 학설들이다. 일제 이전에 이미 조선왕조의 사대모화주의 유학자들은 반도사관으로 관련 역사서적들을 해석·저술했다.
일제식민사학은 소중화 조선왕조의 반도사관을 체계적으로 이론화시키면서 조선인을 뿌리 없는 민족으로 만들기 위해 찬란하고 웅대했던 우리 고대사를 철저히 말살·왜곡시켰다. 단군신화를 조작해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으로 이어지는 이민족지배 역사가 조선역사의 시작이라고 교육시켰다.
옛 조선의 역사가 그러했으니 지금의 조선이 일본이라는 위대한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하며 또 행운이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이렇게 조작된 식민지배의 역사가 광복 후 서울대 교수가 된 이병도 박사를 통해 대한민국 사학계에 그대로 전승돼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북부 패수설 중 압록강 패수설은 이병도 박사의 스승으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던 쓰다 소우키치(津田左右吉)의 학설이다. 대동강설은 만선사관의 대가로 조선사편수회 간사로 근무했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가 주장했다.
청천강 패수설은 조선사편수회에서 근무하며 우리 역사를 도살했던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의 영향을 받은 이병도 박사의 <한국고대사연구>에서 기인됐다. 그의 ‘위만조선과 한의 동방침략도’가 수록된<국사대관>의 이론은 후학인 주류사학계에 그대로 계승됐다.
참고로 이병도 박사의 패수 관련 비정은 다음과 같다. “패수현은 역사상에 저명한 패수(청천강) 유역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을 취하게 된 것이다. 『한서』지리지 패수현조를 보면 패수가 패수의 상류처에 위치한 것을 말하여주거니와 그러면 본류의 상류처냐, 또는 북지류의 그것이냐가 문제인데 고래로 교통상 요지요 또 웅주(雄州)로 이름난 곳을 든다면 북지류의 영변(평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영변이라 하면 유명한 묘향산의 보현사와 낙산의 철옹성을 연상케 한다. 이곳이 평북의 태천, 귀성 등지와 연결되고 평남의 개천 또는 안주와 연결되는 요지인 만큼 고려 성종 때에는 방어사(防禦使)가 되고 근조선 세종 때에는 대도호부(大都護府)로 승격돼 내려오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패수현의 위치를 영변 일대로 비정해왔다“는 내용이다. 과연 이 내용엔 오류가 없을까.
강단사학계 청천강 패수설의 오류
한반도북부 패수설 중 대표격인 청천강이 과연 고구려의 남쪽경계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현재의 국사교과서에 따르면 고구리의 남쪽경계는 시대별로 약간씩 달랐겠지만 대략 한강부근으로 그려져 있다.
강단사학계의 청천강 패수설을 ‘패수는 고구리의 남쪽경계’(南涯浿水)라는 『신당서』와 백제의 북쪽경계라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대입해보면 아주 희한한 현상이 나타난다. 청천강이 패수이니 고구리의 남쪽경계(패수)의 남쪽에 평양성이 있게 되며 평양성 북쪽에 백제의 북쪽경계(패수)가 있게 된다.
또한 백제 전성기(근초고왕) 강역의 북쪽경계를 황해도까지로 그리면서 전성기도 아닌 아신왕 때 남쪽에 있는 백제가 고구리의 평양성을 지나 청천강(패수)에서 호태왕과 전투를 했다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된다. 왜 이런 괴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이유는 청천강이 패수가 아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재야사학계 난하 패수설의 오류
이러한 모순투성이의 강단사학계의 반도사관을 일제식민사학이라며 질타하고 있는 재야사학계의 대부분은 하북성 난하(灤河) 패수설에 동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난하의 동쪽 창려현에 갈석산이 있고 노룡현에 요서(遼西)군의 상징인 고죽국(孤竹國)이 있었다고 믿기 때문인데 문제는 중국이 조작한 가짜 유적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난하 상류의 흐름이 서류(西流)하기는 하나 《수경주》에 기록된 물길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재야사학도 패수가 한나라와 조선과의 경계라는 사실에 대해서만 강조할 뿐 고구리와 백제의 남북경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난하(패수) 남쪽에 있어야할 백제가 발해만의 바닷물 속에 풍덩 빠지기 때문이다. 결국 재야사학도 백제의 위치를 한반도 남서부로 비정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반도사관이 아니겠는가. 또 그런 반도사관에서 난하가 한반도 백제의 북쪽경계가 될 수 있나. 한마디로 난하 패수설 역시 사서기록의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지금까지 재야사학계에서 해왔던 패수 학술대회는 발해만으로 흘러들어가는 강들 중에서 《수경주》의 물길 설명과 가장 비슷한 강을 찾는 선발대회였다. 그러다보니 전후좌우가 안 맞아 엉터리 강단사학으로부터 유사사학(類似史學)이라는 멸시와 조롱을 받고 있는데 이런 행위야말로 X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 하겠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도강록에서 “아아! 후세 선비들이 이러한 경계를 밝히지 않고 함부로 한사군을 죄다 압록강 안쪽으로 몰아넣어 억지로 역사적 사실로 만들다보니 패수(浿水)를 그 속에서 찾되 혹은 압록강을 패수라 하고 혹은 청천강을 패수라 하며 혹은 대동강을 패수라 한다. 이리하여 조선의 강토는 싸우지도 않고 저절로 줄어들었다”고 한탄했다. 이는 박지원 이전에 이미 반도사관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강단·재야사학을 불문하고 학자들마다 패수의 위치를 임의로 비정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고대사 강역을 잘못 해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역사에 귀를 기울이고 역사의 진실을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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