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취하하면서도 엄포 놓은 靑… 野 “여전히 제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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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비판 청년 고소했다가 논란 일자 뒤늦게 취하
靑 “향후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신중히 판단할 것”
野 “또 국민 고소할 수 있다고 엄포… 국민 위에 군림”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5-05 15:00:00

▲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청와대 충무실에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 축사를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비판적 전단을 뿌린 30대 청년을 고소했다가 각계 반발에 뒤늦게 취하했다. 그러나 야당은 “청와대가 또 국민을 고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표한 뒤 엄정대응을 경고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통 큰 용단에 찬사를 보낸다. 감히 대통령을 비난한 청년을 용서하다니, 그것도 (용서하는 데까지 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딸 뻘 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비난도 감내한 큰 아량으로 용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문 대통령의 제왕적 태도를 비꼬았다.

또 “서슬 퍼런 대통령 고소장을 2년 동안 품고 있었을 청년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진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는 자유를 국민에게 돌려 달라. 부디 (임기) 마지막은 관대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정성 없는 용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소취하는 당연한 일로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할 고소를 취하하며 새삼스레 표현의 자유 존중을 말한다”며 “대통령의 진심이라기보다 비난 여론에 등 떠밀린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취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년에게 미안했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앞으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언제든 또 국민을 고소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놨으니 이번 고소취하는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다”며 “국민의힘은 국민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든 행태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모욕죄와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처벌 의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정부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적어도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피소인은 2019년 7월 문 대통령 등을 비판하는 전단을 도심에 뿌렸다가 고소당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2일 모욕죄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이에 보수야당은 물론 정의당,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고소를 두고 내로남불 논란도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JTBC에 출연해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당내 경선 경쟁자나 보수정당에 욕설문자를 퍼부은 자신의 지지층에 대해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다”고 평가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