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 않은 염원 담은 오늘과 내일의 祭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이주영의 아트&컬처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5-07 10:40:59

/(사)한국춤협회 35회 한국무용제전 폐막 공연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강림신화 속 삽입 노래

/춤으로 승화시킨 구지가를 뛰어넘은 ‘新구지가’

/하늘 향한 의식 뿐 아니라 인류상생 기치 담아

/평화와 공존의 무대로 당대 염원 온전히 보여줘

평화와 공존을 춤추다.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사)한국춤협회가 마련한 무대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위로와 치유를 통한 희망과 화합, 공존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협회는 작금의 상황에 주목하고, 예술을 통해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무용제전의 문을 여느 때보다 활짝 열었다. 35회째를 맞이한 한국무용제전 ‘평화와 공존의 춤 Good Dance-굿’은 4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11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진행됐다.

개막공연, 본공연을 지나 5월 1일 대미를 장식한 폐막공연. 윤덕경무용단 공연에 이어진 백현순무용단의 ‘구지가-천신을 위한 흠향’은 ‘신(新) 구지가’라 할 수 있다. 가락국(駕洛國) 시조인 수로왕의 강림신화(降臨神話) 속에 삽입된 노래인 ‘구지가(龜旨歌)’. 현전 최고의 집단 무용이자 주술성을 지닌 현전 최고의 노동요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는 구지가의 이번 무대화는 새로운 생명(신령스런 임금)의 강림 기원이라는 본디 주제 의식을 넘어 당대적 가치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오늘의 제(祭)를 올리는 숭고의 미학 발현이다. 땅에서 하늘로의 제 의식 뿐 아니라 순환과 공존, 화합의 의미를 인류에 전하는 상생의 기치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굿&굿(Good)’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풍경 소리 들린다. 그윽함이 밀려온다. “거북아, 거북아” 소리 나기 시작한다. 10명의 엎드린 무용수들과 구지가 합창이 무대를 서서히 채운다. 수로왕의 이야기를 신성한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신과 인간이 교통하는 지역인 ‘구지봉’으로 순간 이동한다. 무대는 어느덧 새로운 성전을 형성한다. 땅과 하늘의 만남이 교차점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구지가’ 원전의 “龜何龜何(귀하귀하)”는 무용수들의 낭랑한 목소리에 담겨 객석 사이로 퍼져나간다. 소리 반복된다. 동화적 분위기를 때로 내면서도 신전(神殿)에서의 신성성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든다. 신화의 발현이다. 무용은 이러한 시원성을 담기에 적절하다.

13명의 여자 무용수가 가로 형태로 무대에 서 있다. “거북아” 소리가 다시 이어진다. 큰 원을 그릴 때 소리 강도는 높아진다. 이어 군무진이 좌우로 빠져 나간다. 천지인(天地人) 삼신 중 가장 큰 신으로 신의 조화를 꾀하고 인간에게 복을 주는 인신(人神) 역할을 한 현보람이 등장한다. 무대 중앙에 대나무를 들고 서 있다. 이어 이진택, 박준하 삼신 중 두 신이 연이어 보인다. 삼신의 완성체다. 역동적인 남자 2명의 움직임은 무대를 팽창 시킨다. 마지막은 생명수(樹) 같은 역할을 하는 오브제인 나뭇가지를 들고 등장한 현보람의 동작으로 마무리된다.

이 공연은 평화와 공존의 춤을 표방한 제전의 대주제와 부합되는 공연이다. 2011년 초연작은 10년의 세월 속에 더 단단해져 다가왔다. 구지가를 넘어선 ‘신(新) 구지가’의 노래다. 천신을 향한 흠향(歆饗)은 모두를 향한 경배로 이어졌다. 무대를 이끌고 간 현보람(한국체육대학교 강사)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이진택 또한 잘 받쳐줬다. 구지가의 울림을 확장시키고, 공간 속 에너지 기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 무겁지 않은 염원을 제대로 보여준 무대다. 오늘과 내일의 제(祭)다.

이주영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