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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이 이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GDP의 43%를 점유하고 있는 미·중 경제가 동시에 호조를 보인다는 점이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역대 최고치인 18.3%에 달해 올해 목표치인 8% 성장을 웃돌 것이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도 1분기 성장률이 6.4%에 달해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커브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으로도 7%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인다.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의 애초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V자형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의 마이너스 3.3%에서 플러스 6% 대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급반전에는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결정적 이바지하고 있다. 다만 회복의 파이가 국가별로 상이하게 분배되는 불균등한 회복이 될 것이라는 긴장감은 팽배하다.
경제가 너무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벌써 글로벌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각국이 경제 회복을 당기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에다 소비자들의 움츠렸던 소비 성향이 갑자기 보복 소비로 연결되면서 물가가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도 이를 부채질한다. 경기 상승 기류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대응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극단적 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하나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교역량의 비약적 증가다. 여전히 국가 간의 이동이 통제되고,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 추가 부양책과 소비 증가에 따른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라면 이변이 없는 한 글로벌 소비와 무역의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확연하다. 다만 이 회복 무드에서 누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 것인가를 두고 국가·기업·개인 등 경제주체들의 각축전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외형적으로는 한국 경제도 글로벌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듯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로 주요 경쟁국보다는 회복률에서 다소 처지긴 하지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수출이 의외로 빠르게 회복이 되는 것은 호의적인 시그널이다. 연간 성장률이 3% 이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아직은 유효하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환경도 우리에게 우호적이다. 분위기에 잘만 편승하면 우리도 우등생에 진입할 기회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와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다. 수출의 회복이 내수와 일자리와 연결되고 있지 않아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글로벌하게 화두로 정착되고 있는 ‘회복력(Resilience)’ 차원에서 국가적 동력이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제주체들의 사기를 충분히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위기 뒤에 더 큰 기회가 온다는 점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낚아채는 힘에서 부치는 모습이다.
자칫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면 위기 자초, 주변국에 국익을 내주는 수모 면할 길 없어
최근 이웃 대만 경제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한때 아시아의 신흥 호랑이로 우리와 경쟁을 하였지만 1990년대 이후 최전방에서 밀려났던 대만의 부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하다. 대기업 주도 성장의 우리와 다르게 중소기업 주도의 성장을 고집하면서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되면서 대만 경제가 다시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3.1% 성장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2.3%)을 넘어서더니 지난 1분기에도 3.1% 성장하면서 우리의 2배에 달했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인한 최대 반사이익을 받는 수혜 국가로 등장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TSMC가 승기를 잡으면서 대만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미국 편에 서면서 모처럼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국가 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국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 조만간 1인당 국민소득(GNI)에서도 우리를 추월할 것으로 보여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는 분열과 대립을 거듭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익과 민생보다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해묵은 이념 고집으로 기회를 비껴간다.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생겨나는 뉴노멀이 국가 간의 위상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점점 현실화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백신과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편 가르기를 가속하면서 국가 간의 손익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서로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매개로 한 새로운 동맹, 즉 짝짓기가 급물살을 탄다. 약삭빠른 국가들은 위치를 제대로 선정하면서 반대급부를 확실하게 챙긴다. 줄만 잘 서면 우리에게도 더 많은 국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진 것이 충분하고, 이를 지렛대로 구사하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우리 국민의 78%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보다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문조사는 어떤 피보팅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준다. 좌고우면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고, 주변 경쟁국에 국익을 뺏기고 만다는 엄중한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백신이 경제적 명암을 갈라놓는 판세가 더 현실화하고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코로나 디바이드’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결국 선진국이 신흥국 경제를 압도하는 불균형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정확하게 이의 중간 지대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지긋지긋한 코로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활개를 치고 싶어 한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내수가 살아나고, 청년들의 일자리 지표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 자유로운 이동을 간절하기 원한다. 종합적인 여건을 놓고 보면 두말할 필요 없이 기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기업과 개인이 주변에 널려 있다.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이런 기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멀지 않아 하반기에 들어서면 이와 관련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현실에 대한 오판으로 불행을 좌초하는 지구촌 국가들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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