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1970년대 프로 복싱 인기를 주도
/맨 주먹 하나로 부와 명예를 얻어
/죽음 앞에서 살아나 기독교 귀의
/어렵게 번 돈으로 맹렬 자선활동
주먹뿐 아니라 발차기 등 온몸으로 공격이 가능한 격투기가 자리잡기까지 가장 혹독하고 잔인한 스포츠는 프로복싱이었다. 프로복싱은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1970, 80년대까지만해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사각의 링에서 상대를 주먹으로 눕혀야 내가 살아나는 잔인한 스포츠다. 물론 맨주먹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챔피언에게는 엄청난 부와 명예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최중량인 헤비급의 경기는 인기폭발이었다.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사람들은 세계 최강 혹은 70억분의 1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체중이 100kg을 넘지만 스피드를 갖춘 선수들이 휘두르는 펀치의 파괴력은 무려 1t을 넘었고, 일발필도의 펀치 한 방에 상대 선수는 캔버스에 나뒹굴며 일어나지를 못했다. 복싱 팬들은 헤비급 선수들의 KO 펀치에 환호하며 희열을 느꼈고, 그 인기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복싱 헤비급의 트로이카
1970년대 세계 프로복싱 헤비급 판도를 주도한 선수는 이미 고인이 된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와 현재 생존해 있는 조지 포먼 등 3명이었다. 핵주먹을 소유한 이들이 벌이는 '세기의 라이벌 대결'에는 입장료가 몇 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프로복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연배우였다. 아프리카계 흑인인 이들 헤비급의 트로이카는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어린 시절에 배우지 못하고 불우한 환경을 딛고 맨주먹 하나로 부와 명예를 얻은 주인공들이었다. 알리는 1960년 로마올림픽, 프레이저는 1964년 도쿄올림픽, 포먼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멕시코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포먼은 1973년 당시 알리를 꺾고 세계 챔피언에 오른 프레이저를 2회에 KO로 처참하게 눕히고 세계 타이틀을 얻었다. 전 경기 KO승에 무패의 기록으로 승승장구하던 포먼 역시 1974년 아프리카 자이르의 킨샤샤에서 30세를 넘겨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알리에게 KO로 비참하게 무너지며 타이틀을 잃었다. 7세나 어린 조지 포먼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패배는 기술보다도 투박한 펀치로 상대방을 KO시키는 스타일이었던 포먼이 프로로 전향한 이후 처음이었기에 충격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훌훌 털고 링에서 활동을 계속했다. 이전까지 포먼은 40전 40승(37 KO)을 기록하고 있었다.
갑자기 링에서 사라지다
포먼은 1977년 3월 이후 링에 서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무명에 가까운 지미 영에게 넉다운 당한 뒤 라커룸에서 죽을 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라커룸으로 실려 나온 그는 탈진과 열사병으로 고통을 받아 자신이 죽음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때까지 신앙심이 없던 그는 신에게 도와달라고 흐느끼며 간청을 했다. 하나님이 자신의 삶과 방식을 바꾸라고 하는 것을 감지했다는 포먼은 한 손이 그를 끌어내는 것을 느꼈고, 심지어 기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몸의 흔적, 성흔을 느꼈던 게 기독교 목사가 된 배경이었다. 프로복서와 목회자라는 길은 결코 어울리지 않았지만 포먼은 특별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기독교에 귀의할 수 있었다.
이후 포맨은 공식적으로 은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고, 이후 10년 동안 글러브를 벗고 자신의 삶을 오로지 신에게 바쳤다.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등 열렬한 기독교인이 된 조지 포먼은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목사가 되어 휴스턴에 교회를 크게 세웠고, 가족과 신도들에게 헌신하며 목회 활동을 했다. 기독교 TV방송에도 수없이 출연해 자신의 신앙을 간증하며 열심히 전도를 했던 포먼이었다.
하지만 포먼은 목회활동을 하면서도 사각의 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그는 텍사스 지역에서 10년간 목사로서 조용하게 활약하다가 1987년 프로복서로 재기를 하겠다고 선언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목사가 폭력적인 스포츠의 상징인 프로복싱 판으로 되돌아오겠다는 폭탄선언에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목사와 주먹은 결코 조화롭지 않았기 때문에 비웃음도 받았다. 평생을 해온 프로복싱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겠다는 그의 황소고집을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는 링에서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피나는 훈련을 거듭했다. 젊은 시절에 비해 몇 배나 되는 훈련을 소화해 냈다.
최고령 헤비급 챔피언에 올라
‘할아버지 복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게 된 포먼은 1994년 11월 45세의 나이에 마이클 무어를 KO 시키고 다시 통합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뒤 1년 후 스스로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목사의 길로 들어섰다. 역대 최고령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다. 챔피언에 오른 뒤 “하나님이 함께 했기 때문에 결코 무서울 게 없었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10년의 공백기가 없었더라면 더 화려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인간승리 드라마를 쓸 수 있었고, 더욱 감동적인 챔피언 복귀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포먼은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는 물론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드라마틱한 인간승리를 보여주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선교 활동하며 시설에 기부
통산 76승(68 KO승) 5패의 기록으로 숱한 주먹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엄청난 부를 형성한 포먼은 자신의 이름을 새긴 청소년센터를 열어 선교활동을 벌였다. 포먼은 비록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고생하며 어렵사리 번 돈을 정승같이 쓰는 것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게다가 그는 사업가로서도 크게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 팔린 조지 포맨 그릴 사업을 번창시키며 사업가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목회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사업에는 오랫동안 매달리지 않았다. 불과 5년여 동안 그릴 판매 사업에 치중했고, 1999년 천문학적인 1억3000만달러(한화 약 1400억원)에 사업권을 팔았다. 이 돈의 상당액은 패싸움과 도둑질에 몰두했던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서 보육원 등 불우시설에 기증했다고 한다. 물론 종교적인 헌금으로도 기부되었다.
포먼은 두 차례의 헤비급 챔피언으로서, 또 목사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을 사회를 위해 불 밝히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에 써오고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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