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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야고보서 4 : 8>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귀가 따가울 정도로 ‘통합과 공존’을 강조해왔다. 분열과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달콤한 말로 국민을 기대감으로 가슴 들뜨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반될 경우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을 언급하며 “역대 가장 깐깐한 인사검증을 했던 민정수석이 저 문재인”이라고 내세우기까지 했다. 당시 큰 기대와 열렬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가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선택적 인사’는 그중 하나다. 집권 첫 내각 구성부터 스스로 만든 그 인사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기만하고 속인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의 갈등, 결과적으로는 검사들을 줄 세우는 일을 했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검사들은 좌천시키고, 그 자리를 친 정권 검사들로 메꾸었다.
조 전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사건을 맡은 재판장이 인사 관행을 깨고 유임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댓글 조작사건에 유죄 선고한 재판장은 조기 교체됐다. 모두가 파격적이다. 그런데도 이해하고 납득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아찔하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권의 선택적 인사 특징이 캠코더 인사라는 말이 떠돌고 있어 국민들이 허탈감에 빠져 우울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추세다.
정무직 인사도 파행으로 이뤄진 경우가 다반사다. 문재인 정권에서 야당 반대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장관급 이상 임명자가 29명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3명, 이명박 정부 땐 17명, 박근혜 정부 때 10명과 비교해보면 그 규모를 짐작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깬 문재인 정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 이후 많은 개그와 광고에서 익살스럽게 활용돼 더욱 유명해진 대사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와도 맞물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대사인 것 같다.
최근에 문대통령을 비판한 30대 청년이 ‘모욕죄’로 기소될 상황에 부닥쳤다는 기사를 보면서 필자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저열한 말과 표현을 했더라도 설마 대통령이 국민을? 오보겠지’ 했다. 며칠 후 기소 취하 기사를 다시 접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주라는 문패를 판 문재인 정권이, 관용을 말하던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기소를 취하하면서도 솔직히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구구한 변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다른 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모욕감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으며 참담한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다행히 고소 취하로 파국을 면한 것 같지만 그 상처의 골은 깊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국민과의 약속을 깨면서 국민들을 개돼지 취급하고 심한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우려했던 대로 이번 개각에서 여당에서조차 임명철회 요청을 한 부적격 후보자들을 고유권한으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불과 한 달 전 여권이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 직후 당정청 모두가 그간의 국정운영방식을 반성한다며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개각도 국무총리까지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보이겠다며 내놓은 민심 수습책이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권은 유독 인사 문제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히는 일이 허다했다. 현 문재인 정권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조 전 장관 사태를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사 청문회 시즌마다 부실 검증 논란에 진영 내부인사들이 자주 등용되는 코드 인사, 인재풀이 적었던 탓에 자구책으로 자기 편 인사를 했다.
현 정부의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인사검증을 위한 청문회에서 자주 발목을 잡히다보니 이미 검증을 받아 청문회 통과가 한결 수월한 정치인 출신 입각도 역대 정권보다 많다. 이번 개각 직전까지 전체 18명 장관 중 3분의 1인 6명이 국회의원 겸직으로 입법, 행정권 양다리를 걸치게 했다.
이번 인사 청문회도 우려했던 대로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을 보아야 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가 인사검증 실패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 후보자에 대해선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며 각종 불법과 파렴치한 전력의 장관 후보자들 임명을 강행할 의지를 보이자 민주당 초선 의원 40여명이 나서 청와대에 세 후보자 철회를 요청했다.
14일 문 대통령은 국회 사정과는 상관없이, 민심의 여론까지 무시하면서 13일 사퇴한 해수부장관 후보를 제외한 문제의 후보들과 국무총리까지 최종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눈높이로 치자면 박 후보자보다 공사(公私)를 구분 못하고 여러 문제가 제기된 임 후보자가 더 큰 문제다.
그러니 여권 내부에서 조차 임 후보자가 여성이라 살아남은 것 아니냐는 빈축성 말이 떠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을 자처하지 않는다면 임 장관은 지금이라도 사퇴를 해야 한다.
박 후보자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말은 임혜숙, 노형욱 후보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런데도 박 후보자가 대통령을 살렸다며 나머지를 임명하는건 이해하기 어렵다. 국무위원 임명이 무슨 거래도 아닌데 한 명이 스스로 물러나는 선에서 은근 슬쩍 넘기겠다는 심보는 무엇인가.
1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중 6명(57.5%)이 논란의 세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임명보다도 국민여론을 개돼지 울음소리 정도로 무시한 문 대통령의 의식이다.
아직 1년 남짓 남은 임기 중 기록 갱신이 어디까지냐는 비판도 나오는 위기 상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임기 말에 이르러도 자숙은커녕 공언무시(空言無施)의 대통령과 군맹무상(群盲撫象)의 청와대 참모들과 집권여당의 독선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터널의 끝’은 물론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해 2월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이 현 정부에서 임명이 강행된 29번째였다. 그런데 이번 강행된 임명으로 이번 정권 들어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30, 31번째 장관급 인사가 탄생되면서 또 기록을 깼다.
수십 건의 공약은 스스로 다 깨면서도 유독,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여성 장관 비율 30%를 지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않아 대선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여론을 무시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인사 독주는 결국 국민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대선에 까지 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당문노(耕當問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뜻은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그 일에 정통한 사람과 의논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무실 청소는 회사 사장보다 청소하는 사람이 더 능통하다.
대통령은 왕국의 절대 권력자도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고 절대무류(絶對無謬)의 신격 존재도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묻고 싶다. 우리가 지금 왕조시대의 백성이고 어명 하나로 다스리는 왕조의 나라에 살고 있단 말인가?
국민이 납득할 기준 없이 선택적 인사와 좌천 인사를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그 조직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문대통령이 과거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약속을 안 지키고 거짓말 하는 대통령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 이다.”<시편 119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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