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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유엔·WTO 체제 실패, 국제 질서 대안 모색 ‘쿼드’

중국 앞에 무기력한 유엔·WTO 대신해 새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 필용성 대두

지식경제재의 세계 공급망 재편 속도…쿼드 통해 지식·기술 협력 활로 마련해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5-20 11:00:24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국가 실패의 지표 - 난민
 
2018년 유엔난민기구(UNHCR)는 세계 난민의 숫자가 7479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초로 난민 통계를 낸 2008년 조사 때 3392만명에서 두배 이상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전 세계 인구의 1% 이상이 난민인 셈이다. 지구상에 20세기 중반 이후 특별히 큰 전쟁도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숫자의 난민이 발생한 까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대거 독립한 민족국가(nation state)들의 정치·경제 실패, 국가 실패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동등한 주권 국가의 연합체로 설립된 국제기구 유엔이 실패한 국가에 개입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도 드러났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학적으로 개념이 정립된 지식 재산(intellectual property)의 생산과 그 권리 행사 및 거래 규칙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지식경제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지식경제 선진국들은 가장 중요한 가치 보호를 누락한 세계 무역의 규범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사적 자본이 아닌 수정 사회주의 국가들의 집산주의 자본이나 기업을 국제 거래의 주체로 용인했고 그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불공정 거래의 핵심인 국가의 보조금 지급 관련 규범이 무력화됐다.
 
지식은 생산 요소 중 가장 우회로가 길다. 지식은 장기간 동안 효과적인 국민 교육을 통해 지식생산자를 양성하고,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직한 성과주의가 정착했으며, 지식생산자들 간 협업하기 좋은 환경과 지식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가 잘 정비된 나라에 축적되기 쉽다. 시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 국가에서 주로 지식이 생산되는 이유다.
 
상대적 불평등을 선동해 국가 권력을 탈취하고 새로운 지배 계급이 되고자 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지식을 경제재로 인정할 수 없었다. 노동이 아니라 지식이 가치의 원천이 되면 노동가치설은 붕괴되고 잉여가치설을 주장할 수 없으며 인민들의 시기심을 촉발시킬 계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세계가 지식경제시대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가의 이론적 근거는 사라져버렸다.
 
지식은 한번 공개되면 추가 비용 없이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경쟁재(non-rivalry goods)’이기 때문에 자본이나 노동 등 다른 생산 요소와 본질적으로 다른 경제 법칙을 형성한다. 다른 재화의 생산과 달리 지식경제에서는 수확이 체증한다. 본격적인 지식경제시대에 진입하면 토지나 자원 등 자연의 제한은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지식경제시대에는 선진 지식생산자와 지식기업이 애써 생산한 지식과 기술을 무조건 공유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허를 무효화하면 다음 감염병 대유행 때 어느 기업, 어느 지식생산자 집단이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겠는가? 인본주의나 평등을 이유로, 또 당장의 정치적 명분을 위해 지식재산권을 무효화하는 것이 오히려 장차 인류사적 비극을 예정한다는 사실은 휴머니즘의 역설이다.
 
자국 책임주의와 ‘내정간섭’ 금지 논리
 
“세계 모든 나라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공산당 선언 끝 문장이다. 이처럼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은 파벌조직인 공산당을 만들 때부터 늘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 공산주의자들은 마르크스 살아생전에 인터내셔널이라는 내정 간섭용 국제기구를 만들었고 러시아 혁명 이후에는 코민테른, 2차 대전 이후에는 코민포름을 만들어 세계 여러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아예 폭력 혁명을 사주했다. 6·25 한국전쟁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침략하고 멀쩡한 민주공화국을 전복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 공산당 정권이 자행하는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말살 정책이나 홍콩 보안법 사태, 남중국해 지배 야욕, 대만에 대한 군사적 협박 등에 대해 국제 사회가 우려를 표명할 때마다 중국은 ‘내정 간섭하지 말라’, ‘우리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반발한다. 북한 공산당 정권은 자국 인민의 인권 탄압에 관한 국제 기구의 결의도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내정 간섭 금지 논리는 공산당만의 전유물인가? 공산당이 다른 나라를 전복하기 위해 선동하거나 정치와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 아니고 국제 기구나 인권 선진국들이 공산당 정권의 인권 탄압, 소수민족 말살, 종교인 박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는 말인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해괴한 논리다.
 
민족국가의 국가 주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 실패는 엄청난 난민을 발생시켜 이웃나라와 국제 사회에 부담을 떠넘긴다. 민족 자결의 원리와 주권 존중의 원리는 자기 민족, 자기 국민을 자기 나라에서 책임진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존중받을 수 있다. 인류의 보편 가치인 인권을 탄압하거나 정치·경제 실패로 자국민을 난민으로 내모는 ‘민폐 국가’에게도 주권 국가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은 국제 사회의 파괴자를 용인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국제 협력 체제로는 국가 실패에 대해 규율할 수 없다. 2차 대전 직후 민족 단위로 건국한 동등한 주권 국가들의 연합체라는 이상으로 출범한 유엔은 국가 내 지배 계급에 의한 정치·경제 실패, 자국민 노예화 등 국가 실패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 현재 국가 실패로 난민이 발생한 나라 대부분은 2차 대전 이후 독립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선택한 나라들이다. 집권 공산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충족하기 위해 전체주의 통치를 고수하고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늦출수록 국가 실패와 난민의 발생은 증가한다.
 
세계의 국가 체제 재구성과 지식경제시대 국제 거래 질서의 대안 모색이 절실해졌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대안 모색 - 쿼드(QUAD)
 
현재의 국제 협력 체제의 실패와 지식경제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세계 무역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이 필요하다. 특히 수정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국제 규범의 파괴에 대처하는 데 유엔과 WTO는 무기력하다. 이제 단순히 동등한 주권 국가들의 연합을 넘어서 추구하는 국가적 가치를 중심으로 국제 관계 전반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쿼드는 처음에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로 출발해 일시 중단되기도 하는 등 다소 모호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다시 시작된 쿼드는 가치 동맹의 성격을 점차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EU)도 공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올해 3월 12일 개최된 정상급 회의에서 쿼드는 점차 넓은 범위를 다루는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쿼드는 고위급 회의체로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쿼드 기후 워킹 그룹’, ‘쿼드 중요 신흥 기술 워킹 그룹’ 등을 상설기구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쿼드는 국가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로 구성된 보편적인 국제 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 가치 동맹국은 제1진 상임이사국으로, 그 하위 참여국은 제2진 회원국으로 편성하는 등 다층적 회원국 체제를 가질 수도 있다. 또 상설기구인 고위급 회의체의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관심 범위를 넓혀 기존의 국제 기구가 대응에 실패한 지식경제시대에 5G나 인공지능(AI) 등의 국제 기술 표준을 규정하거나 사이버테러 공동 대응, 지식재산권의 국제 규범 정립 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한마디로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엔과 WTO를 대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와 관련한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 갖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미국을 도와줄 분야가 많아서 여러 가지로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의 대가로 한국 기업과의 반도체 협력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중앙일보, 2021.5.12.)
 
현 정권의 인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쿼드를 대중국 대응 일회용 기구로 보고 있다. 마음으로 신봉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쿼드 전문가 그룹 한두 군데 참여로 때우려는 것 같다. 백신-반도체 스왑이라는 것은 반도체로 미국을 압박해 백신을 얻어내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미국은 지식과 기술의 사회주의권으로 유출을 체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등 지식경제재의 세계적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을 진즉에 밝혔다. 그래서 쿼드도 출범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가치와 동맹이 확고하지 않으면 앞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이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즉각 쿼드(한국이 포함되면 4개국을 의미하는 쿼드란 이름도 바뀔것이다)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도 국가적 가치를 공유하는 제1진 핵심 구성국으로 참여해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이 쿼드의 핵심 구성국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공화정과 시장경제 가치 동맹 대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많다. 국내 지식생산자들이 지식 선진국의 지식생산자 집단이나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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