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낮에는 벽돌공장에서 밤엔 축구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축구 익혀 EPL득점왕
/현역 선수로 사비 들여 아카데미 설립
/자신의 경험 들려주며 꿈과 희망 전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FC에서 특급 공격수로 활약 중인 제이미 바디는 입지전적인 선수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의 그는 이제는 EPL을 대표하는 골잡이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성장 과정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EPL의 간판선수로 성장했기에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
바디는 2020~21시즌에도 득점랭킹 7위에 해당하는 13골을 터뜨려 소속팀을 3위로 견인했다. 레스터시티가 16일 1884년 구단 창단 이후 137년 만에 첫 FA컵 우승의 기적을 이뤄낸데 이어 명문인 아스널이나 손흥민이 속해 있는 토트넘 훗스퍼 등 전통과 지명도가 높은 클럽들을 제치고 2021~22 시즌 유럽축구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50km 가량 떨어진 레스터시티는 축구열기로 똘똘 뭉쳐있는 소도시이다.
어려움 속에서 선수 꿈 키워
레스터시티의 간판스타인 바디는 축구를 정상적으로 배우지도 못했다. 가난한 집에서 자란 그는 낮에는 공장 노동자로 일했고, 일이 끝난 뒤에야 축구 연습을 하면서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축구보다도 입에 풀칠하는 게 더 급했기에 축구를 마구잡이식으로 배웠다. 마땅한 놀이도 없었고, 단순히 축구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34세에 불과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은 파란만장했다. 바디는 자신이 태어난 셰필드에 위치한 셰필드 웬즈데이에 2002년 15세의 나이로 입단하였으나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의협심이 발동해 상대방을 폭행했고, 6개월간 전자발찌를 차는 신세가 된다. 전자발찌까지 차게 된 그는 팀에서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쫓겨났다. 그럼에도 축구에 대한 도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2007년 8부리그 스톡스브리지 파크 스틸즈의 성인 예비팀으로 이적해 성인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20세였고, 다른 프로 선수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당시 그의 주급은 30파운드(한화 약 4만8000원)였다. 무늬만 프로팀이지 사실 아마추어팀이나 마찬가지였다. 용돈도 제대로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그는 낮에는 벽돌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투잡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100m를 10초대 스피드가 강점
그는 2009년 잉글랜드 3부 리그에 해당하는 잉글리시 풋볼 리그1 크루 알렉산드라의 공개 테스트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2부 리그에 해당하는 챔피언십의 로더럼 유나이티드 FC와도 접촉이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더 이상의 진보는 없었다. 바디는 드리블이나 패싱 능력 등 개인 기술이 뛰어나지 못했고, 오로지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를 이용한 골 결정력이 장점이었다.
바디의 재능을 눈여겨 본 5부리그 핼리팩스 타운FC의 부름을 받아 2010년 6월 주급 1만5000파운드짜리 선수가 되며 프로선수로서 도약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바디는 공장 일을 그만두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는 데뷔 첫해 리그 26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역시 5부 리그의 플리트우드 타운으로 이적한 바디는 40경기에 출전해 31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하며 소속팀을 잉글랜드 풋볼 리그2로 승격시켰다. 그의 이름이 서서히 알려졌지만 하부리그에 속해 있었기에 아직 역부족이었다.
플리트우드 타운FC의 5부 리그 우승을 이끈 바디는 당시 2부 리그 소속이었던 레스터시티의 러브콜을 받는다. 이적료 100만파운드는 아마추어 리그 사상 최고액이었다. 바디는 레스터시티에 3년 계약하며 프로선수로서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했다. 그때 나이 25세로 남들보다 프로 데뷔가 한참 늦은 셈이다.
첫 시즌에 29경기 5골을 기록할 정도로 실망스런 성적을 낸 바디는 팬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2013~14 시즌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찬 바디는 37경기 16골을 만들어 내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레스터시티는 마침내 대망의 EPL로 승격할 수 있었다. EPL은 세계 최대의 축구시장으로서 방송 중계권료, 광고수입 등 연간 500억원 이상의 수익금을 리그 소속팀에게 배분해주는 꿈의 무대라고 할 정도다. EPL과 2부 리그와는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연속골 기록
바디는 EPL 첫 시즌에 5골 8도움이라는 그저 그런 성적을 냈고, 소속팀도 14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할 정도였다. 바디의 진가는 EPL 두번째 시즌에 발휘됐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바디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돼 멘탈이 가히 갑이었다. 그는 시즌 개막전부터 11경기 연속 골을 뽑아내는 신기록을 세웠고, 이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바디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바디는 리야드 마레즈(알제리), 은골로 캉테(프랑스) 등의 핵심 선수들과 함께 레스터시티를 창단 132년 만에 최초로 EPL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안기는 영광을 누렸다.
EPL의 정상급 선수로 폭발 성장한 바디는 난생 처음 잉글랜드 대표팀에 오르게 됐고, 아스널 등 명문 구단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함께 러브콜을 받았다.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승선할 수 있었다.
마레즈와 캉테는 비록 팀을 떠났지만 바디는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해준 레스터시티와 함께 했다. 의리와 신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그는 약 1억6000만원 가량의 주급을 받고 있어 축구계의 신데렐라로 불린다. 2019~20 시즌 생애 처음으로 EPL 득점왕(23골)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는 만 33세였다. EPL 역사상 최고령 득점왕이었다.
아카데미에서 꿈과 용기 전달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은 은퇴한 뒤에 재능기부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바디는 그렇지 않았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사비를 들여 자신의 이름과 배번 ‘9’을 딴 V9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역 선수로서는 거의 없는 사례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처럼 아마추어팀이나 하부리그에서 EPL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 아카데미에는 천연 잔디구장과 초현대식의 각종 체력 단련실 등을 두루 갖췄다, 각종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력 유지, 체계적인 관리를 해준다. 바디는 주로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는 아카데미에 나가 어린 선수들을 만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꿈과 희망을 전도하고 있다. 바디는 이 축구 아카데미를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하부 리그를 전전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바디는 자신과 같은 불우한 선수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바디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스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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