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에게 무너진 천년 기자조선,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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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기자조선은 식민사학계 역사조작에서 나온 허구의 나라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5-26 18:31:44

『사기』조선열전에 “(망명한 위만은) 진(秦)나라의 옛 땅으로 비어있던 상하장(上下雲障)에 살았다. 점차 진번과 조선의 만이(眞番朝鮮蠻夷) 및 옛 연(燕), 제(齊)의 망명자들을 복속시켜 거느리고 왕이 됐으며 왕검(王儉)에 도읍을 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해외망명자에 불과했던 위만이 어떻게 타국인 조선에서 왕까지 올랐는지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다.

민족사서인 『북부여기』 2세 모수리 단군조에 “원년(정미, B.C 194)에 번조선왕(기준)은 오랫동안 수유(須臾)에 있으면서 일찍이 백성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어 모두들 풍요롭고 생활이 넉넉했다. 후에 떠돌이 도적떼(위만)에게 패해 해(海)로 들어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고 간단하게 언급돼있다. 참고로 수유는 기자 이래 후손들이 살던 지명이다.

『삼국지』위서 동이전 한전(韓傳)에 “위만이 기준(箕準)왕을 설득하기를 자신을 서쪽 변방에 거주시켜주면 중국의 망명자들을 거두어 조선의 제후(藩屏)가 되겠다고 청했다. 준왕은 위만을 믿고 사랑해 박사(博士)로 임명하고 圭를 하사하고 100리 땅을 봉지(封地)로 주고 서쪽 변경을 지키도록 했다.

위만이 중국인 망명자들을 유인해 그 무리가 점점 많아지자 준왕에게 사람을 보내 ‘한나라 군대가 열 군데로 쳐들어오니 왕궁으로 들어가 숙위(宿衛)하기를 청합니다’라고 허위보고 하고는 뒤돌아서서 준왕을 공격했다. 준왕은 위만과 싸웠으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상세히 설명돼있다.

망명 후 받은 봉지에서 자체세력을 키운 위만이 정변을 일으켜 자신을 믿고 키워준 준왕을 쫓아냈던 것이었다. 바로 이 장면을 놓고 식민사학계는 1000년간 지속됐던 기자(箕子)조선에 이어 위만(衛滿)조선이 세워진 것이라고 했다.

▲ 평양에 조성된 기자릉**(왼쪽)**과 그에 따른 기자조선 강역도. [사진=필자 제공]

한마디로 말해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은 조작된 역사다. 먼저 기자조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은나라 왕족이었던 기자가 조선으로 망명한 것은 역사적 사실임이 분명하나 조선에서 왕이 됐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조선왕조가 명나라에게 하사받은 조선이라는 국명은 단군조선이 아니라 바로 기자조선을 본받으라는 의미였다.

사대모화주의에 심취된 조선왕조는 이러한 명나라의 뜻에 따라 역년 2000년이 넘는 단군조선을 반 토막 내 기자조선을 후조선(後朝鮮)이라고 하면서 기자를 단군과 함께 국조(國祖)로 제사지냈다. 기자릉(箕子陵)까지 평양에 조성해 반도사관을 확립시켰던 것이다.

기자(箕子)의 이름은 서여(胥餘) 또는 수유(須臾)라고 한다. 은나라 왕족 미자(微子)와 비간(比干)과 함께 3현(賢)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주 무왕이 기자를 신하로 삼으려고 했지만 기자는 자신이 은 왕족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조선으로 망명하자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5000명의 무리와 함께 조선으로 와서 왕이 되어 평양에 도읍하고는 백성들에게 문명을 가르치고 8조금법과 정전제를 실시하고 농사와 양잠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후 후손들이 900년 넘게 조선을 통치했으며 마지막 기준(箕準) 왕이 위만에게 패해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바로 기자조선이었던 것이다.

『사기』의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으나 신하가 되지 않았다(封箕子於朝鮮而不臣也)”는 문구를 대부분의 학자들이 해석하기를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의 왕으로 봉했다고 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한서』지리지에서 낙랑군에 속하는 조선현에 붙은 응소의 주석(朝鮮, 應劭曰武王封箕子於朝鮮。)처럼 조선현의 현령에 봉했던 것이다.

▲ 여기서의 조선은 나라 조선이 아니라 낙랑군에 속하는 조선현이란 지명이다. [사진=필자 제공]

주 무왕이 기자를 이웃나라 조선의 왕으로 함부로 봉할 수도 없거니와 게다가 작은 어린애가 거인국의 임금을 봉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인 것이다. 만일 조선의 왕으로 봉했다면 이는 ‘송미자 세가’에 실릴 작은 일이 아니라 ‘주 본기’에 기록될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조선에서 왕이 되었다는 문성대왕(文成大王) 기자로부터 시작해 그의 41대 후손인 기준 왕까지 기씨들이 약 1000년 간 조선을 통치했다는 것이 바로 기자조선이라는 허구의 나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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