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b> 2019년 7월 ...'))
[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 기자] 2019년 7월 31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여성 한 모 씨(42)와 그의 6세 아들 김 모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자는 굶주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탈북민들이 서울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100여일 분향사무소를 운영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등 시위를 하기도 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소외돼 벌어진 이 사건으로 북한이탈주민지원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 지원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에만 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탈북민들 역시 정부가 주거와 일자리 등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좋은 일자리나 충분한 교육 지원은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기관 교육보단 민간단체나 지역주민 교육이 오히려 효과적”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국정원·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합동신문을 거친 뒤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한국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하나원에서 탈북민은 12주간 문화적 이질감 해소, 심리적 안정, 진로지도 상담 등 초보적인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정부는 탈북인의 가족관계를 등록하고 거처를 마련해 주는 등 이들의 한국 사회 정착 준비를 돕는다.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의 탈북민이 하나원을 거쳤다.
그러나 정작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들은 하나원 교육이 형식에 그쳐 한국사회 정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연령과 성별, 경력을 가진 탈북민이 모이다 보니 각자의 수준에 맞는 교육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강의의 내용과 질도 논란의 대상이다.
2011년 두만강을 넘어 탈북한 최린 씨(33·가명)는 “하나원 교육만으로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엔 미흡했다”며 “차라리 하나원 교육을 줄이고 (하나원을 나와서) 집을 배정받은 이후 이뤄지는 지역이나 민간단체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론적인 것만 배우는 하나원보다 실질적으로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면서 시스템을 알아가는 게 더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최 씨에 따르면 하나원을 수료해 한국 사회에 나오면 더 큰 문제점이 기다리고 있다. 주거 문제의 경우 정부에서 임대아파트를 알선하거나 1인 세대 기준 주거지원금 1600만원(2020년 기준)을 지급하는 등 비교적 최소한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많다 적다를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취업 문제가 결코 녹록지 않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탈북민을 채용하는 기업에 최대 4년간 매달 50만원 한도의 고용지원금을 지원했지만 2014년 11월 이후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6개월 이상 동일한 업체에 근무하는 탈북민에게 최대 3년 동안 수도권 1800만원, 지방 2100만원의 취업장려금을 지원하는데, 기업으로선 특별한 이점이 없다 보니 탈북민의 취업 문턱만 높아지게 됐다.
최 씨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일자리를 게시하는데 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해 일자리를 주선하는 추천 형식이 아니라 본인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며 “사실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일이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게다가 예전에는 주로 노무, 이른바 막노동 현장의 일자리 위주로 소개됐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보금자리 역할 맡았던 민간교육기관… 설립부터 폐교까지 정부지원 ‘제로’
탈북민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높은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 지원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가에서 대학 등록금과 입학금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생활비는 스스로가 충당해야 한다. 최 씨 역시 2015년 대학에 입학해 전액 장학금을 받았지만 노무 현장에 나가거나 교내 근로봉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생활비 등 돈 문제 때문에 대학을 중도에 자퇴한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며 “(남은 가족 때문에) 북에 돈을 보내야 하는데 학업과 일을 혼자 감당하기가 벅차다 보니 적응 못하는 경우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탈북민들을 돕기 위해 민간 교육단체가 여럿 설립됐다. 최 씨의 경우 대학에 가려고 했지만 그와 같이 탈북민 교육지원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는데다 학업적으로도 기초가 부족해 고초를 겪었다. 몇 년 후 물망초재단이 탈북민 교육을 위해 경기도 여주에서 운영한 기숙학교인 ‘물망초 학교’에 들어가 8개월 동안 공부한 후에 대학 입학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탈북민 지원 민간단체 중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규모를 축소해 그나마 대학 관문을 뚫는 데 도움이 됐던 지원도 맥이 끊길 상황에 직면했다. 물망초재단도 후원과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재정 적자를 버티며 물망초학교를 운영해왔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6년간 운영했던 기숙학교의 문을 닫고 규모를 축소해 서울 영등포로 이전한 상태다.
박일남 물망초재단 간사는 “정부지원이 없던 단체가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해 주 5일 40시간을 넘어서는 초과근무에는 시급의 50%를 더 지급해야 했다”며 “24시간 운영하는 기숙학교 여건상 인상된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폐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소재 탈북 청소년학교는 다문화까지 영역을 확장해 각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물망초 학교는) 설립부터 폐교 때까지 정부지원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차별 존재하는 한국사회… 탈북은 용기로 되지만 사회 적응은 끈기·인내 필요
인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정 씨(37)는 2010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 탈북한 뒤 한국에 도착했다. 중국에 먼저 나와 있던 동생의 도움으로 탈북에 성공한 그는 동생과 같이 한국에 들어왔다. 김 씨는 하나원을 거쳐 2011년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됐다.
사회에 첫발은 내디딘 김 씨는 여동생과 함께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북한에 남아 있던 부모님을 빼내오기 위해서였다. 담당자의 추천으로 주물공장과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야근과 잔업을 가리지 않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13년 부모님을 한국으로 모실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2012년 서울의 한 대학에 진학해 일본어와 중국어를 복수전공했다. 대학 생활 중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한 김 씨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경험했다. 한 회사에선 관리자와의 마찰로 인해 결국 회사를 나와야 했다. 이후 한 광고회사에도 취직했지만 몇 달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관리자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사사건건 못살게 굴어서 ‘내가 북에서 와서 이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내의 권유로 화물차 용달 일에 뛰어들었지만 여기서도 고난을 겪었다. 한 달 내내 일하면 최대 매출이 900만원까지 나왔지만 후불제라 돈을 제때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는 “3개월이나 6개월 후에 주거나 심지어는 돈을 떼어먹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흑자 부도라는 말을 그때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지난해 초 한 편의점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가족의 반대가 있었지만 ‘적게 벌어도 생활하는 데는 이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했다. 그는 편의점 운영은 우선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탈북민에 대한 차별대우로 괴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목숨 걸고 넘어오는 건 한순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지만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용기 외에도 끈기와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