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차질 우려에…삼성디스플레이 노사 임금 협상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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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결렬·파업 초읽기 우려 속 극적 교섭 재개…최주선 사장 “임금협상 성실히 임할 것”
업계 “삼성전자 LCD 생산 연장 요청…LCD 생산 공백 막기 위해 협상 조속히 처리할 것”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02 14:06:53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가 고조된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임금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TV용 LCD 패널 등 생산 차질을 우려해 사측이 교섭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사가 임금 협상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2일 한국노총 충남세종지역본부에서 ‘2021 임금 협상 대표교섭’을 재개했다.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 온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은 것은 지난달 25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김정란·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공동위원장의 면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노조는 “사측이 그동안 임금 협상에서 제대로 된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임금 협상을 위한 새 교섭안과 관련된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 사장은 노사 화합을 위해 교섭 재개를 희망하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첫 파업 위기 속에서 극적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기존보다 진전된 교섭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실적 호조 등을 근거로 기본 인상률 6.8%와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노사 협의회와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 외에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교섭 태도를 문제 삼으며 임금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리고 조합원 24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등 쟁의 활동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자투표를 진행해 91%의 찬성률을 확보했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달 11일과 12일 두차례에 걸쳐 조정을 진행했지만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다면 이는 삼성그룹 역사상 최초의 파업 사례로 기록된다. 이에 대해 노조 역시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측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번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에 납품해야 할 TV용 LCD 패널 생산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최 사장은 대형 LCD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회사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내년 말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아 왔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LCD 사업부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서다. 이에 올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해 온 충남 아산캠퍼스의 L7 가동을 중단했다. 4월엔 중국 쑤저우 공장의 8세대 LCD 생산라인을 매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LCD 패널 생산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아산캠퍼스의 대형 LCD 생산 시설 등 일부를 남겨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에만 LCD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생산 연장을 요청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TV 등과 같은 비대면 전자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TV용 LCD 패널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LCD 패널 시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토대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쳐온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LCD 패널 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매출 기준 59.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납품을 멈춘다면 삼성전자는 오로지 중국 업체에서만 TV용 LCD를 공급받아야 한다. 중국 업체가 부르는 대로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LCD 패널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LCD 생산 연장을 요청한 만큼 후방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LCD 패널 납품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을 조속히 처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수급 불균형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납품 공백이 생긴다면 삼성전자는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TV 생산에 큰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 사장이 성실한 교섭을 약속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서로 한발 물러서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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