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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랜 역사는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점철됐다. 이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크고 작은 전환을 통해 질서의 회복과 공존의 틀을 만드는 지혜를 동원해 왔다.
실제로 팬데믹, 전쟁, 산업혁명 등과 같은 것들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하지만 틀에 금이 가면 언제든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후 현재와 같은 평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불과 70여년 남짓하다. 강자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약자는 이에 순응하면서 균열 혹은 공멸을 억제하고 있기도 하다. 강자는 절대강자가 되려고 하고, 약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다크호스(Dark Horse)’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혹은 약자들끼리 똘똘 뭉쳐 강자에 대응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징조가 만연하다.
100여년 전인 20세기 초에 우리는 너무나 허약하고 초라했다.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눈과 귀를 닫은 채 집안싸움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송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일제(日帝)에 나라를 뺏기는 수모를 당하고 이로 인한 굴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외부 세력의 도움으로 해방은 되었지만, 또다시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적 시련을 겪으면서 완전히 폐허가 되기도 했다. 남북으로 분단된 좁은 땅, 빈약한 자원, 형편없는 인프라, 빈털터리 자본, 숙련되지 않은 노동력 등 누가 봐도 희망이 없는 버려진 나라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생겨난 무모한 도전이 불과 60여년에 천지개벽을 만들어 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면서 단군 이래 가장 윤택한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 경제력에 걸맞게 국력도 상승하면서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위상으로까지 치고 올라왔다.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지구촌을 무대로 우리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구태여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기죽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우리가 가진 국가적 자존심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점이다. 과연 국가의 중심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절대강자인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다가 반사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손해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도 국가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돌파해 나갈 궁리는 하지 않고 분열과 혼란만 부추긴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표출된다. 현재의 기득권들이 국가의 미래는 내팽개치고 진영의 이익 챙기기가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고 상황 인식의 결과다. 잘못하다간 나라가 다시 급격하게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평범한 서민들의 의식을 강하게 자극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가 완벽한 것이 아니며,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겨나고 있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리더십은 실종되고, 정책의 실패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봇물이 터지듯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가까운 장래에 국가가 정상적으로 회복돼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전환의 시기에 부응할 수 있는 세력으로의 전면 교체 시급,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해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려는 무수한 도전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승자와 패자에 대한 공식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지 우월적인 위치에 갈 수 있는 거대한 체스판이 벌어진다.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산업 혹은 신기술 선점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굴뚝 산업의 기저가 된 석유 혹은 석탄 의존도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인류에게 공공의 적이 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구촌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전환의 물꼬가 터지면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어젠다가 지구촌을 달군다. 이와 관련 글로벌하게 부상하고 있는 핫 이슈가 바로 수소와 원전이다. 다행히 이 부문은 가장 잘할 수 있고,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소 경제 부문은 민간의 기술력이 월등하다. 원전 경쟁력도 최고 수준이지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고수로 표류 중이다. 언제까지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산업 구조의 일대 혁신도 미룰 수 없다. 국내 산업 구조는 고도 경제성장 시절 남을 모방하고 뒤에서 따라가기만 하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백업하는 관료 조직이나 관변 단체들은 민간과 비교해 역동성이 더 떨어지고, 폐쇄적이기까지 하다. 전환의 시기에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먹잇감을 챙기고 키우기에는 능력과 자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새로운 방식과 조직, 인재의 수혈이 필요한 시기다. 디지털과 연계해 제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적 재편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생겨나고 있는 미래 산업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열어 자금과 사람이 몰릴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복지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려면 국가의 부(富)가 지속해서 확대돼야 한다.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다. 2030 청년층은 물론이고 심지어 6070 고령 세대까지 일을 원한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은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공급 부문의 개혁이 국가의 미래 생존을 위한 첫 단추가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버는 쪽보다 온통 쓰는 쪽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곳간은 생각하지 않고 각종 수당으로 남녀노소에게 푼돈을 나누어 주면서 오로지 퍼주지 못해 안달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연장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가 되면 그들은 훌훌 떠나겠지만 미래 세대들은 떠안은 빚으로 인해 평생 고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제 이런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불장난을 신속하게 걷어치워야 한다. 진영보다 국가, 지금보다 미래,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 푼돈보다 일자리 등을 우선시하는 세력으로의 전면 교체가 시급하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생산적인 것보다는 소모적인 것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위기와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무리가 많아져야 공정과 정의의 실현도 가능하다. 글로벌 대전환의 시기에 변화의 중심에 서는 인사이더가 될 것인지, 아니면 중심에서 이탈하는 아웃사이더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잘못된 결정을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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