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산은, 회생절차 금융 지원 두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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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양산·자구안 합의…쌍용차, 경영 정상화 기대감 물씬
산은 “자구안, 핵심요소 충족 안 돼…인수 의향자 사업 계획 토대로 지원 검토”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5 13:27:46

▲ 쌍용자동차는 프로젝트명 ‘E100’으로 개발해 온 신형 전기차를 ‘코란도 이모션’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고 15일 발표했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스카이데일리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가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를 양산키로 하는 등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 대응을 통해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 나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쌍용차 노사가 자구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물씬 커지고 있다.

다만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쌍용차 자구안에 대해 핵심 요소가 충족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치고 있어 금융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는 프로젝트명 ‘E100’으로 개발해 온 신형 전기차를 ‘코란도 이모션’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고 15일 발표했다.

코란도 이모션은 국내 첫 준중형 전기 SUV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라인이 특징이다.

쌍용차는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 문제와 협력업체 부품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코란도 이모션을 올해 10월 유럽에 우선 출시키로 했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쌍용차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소형 티볼리, 준중형 코란도, 중형 J100, 대형 렉스턴 등 전 차급의 SUV 라인업을 완성하고 중형 전기 SUV와 전기차 픽업 모델 등 친환경차 라인업도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신차 출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며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무급휴직 등 자구안을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한 쌍용차는 노사 상생 협력으로 절감한 비용을 신차 개발에 우선 투입키로 했다. 신차 개발을 통해 쌍용차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성공적인 인수합병(M&A)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쌍용차는 무급휴직으로 인력 운용 유연성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쌍용차 노사는 이달 14일 평택공장에서 자구안에 최종 합의했다.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무급 휴업 2년 △현재 시행 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무 쟁의 확약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등이다.

이어 올해부터 향후 5년 간 매년 평균 150여명의 정년 퇴직 등 자연 감소 인원에 대해서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실질적인 인력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는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자구안 통과를 디딤돌 삼아 경쟁력 있는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재무 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인가 전 M&A’를 통한 기업 회생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데 노사 모두 진력할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한 데 이어 곧바로 신형 전기차 양산까지 발표되면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산은이 자구안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치면서 향후 쌍용차의 기업 회생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합의한 날 공교롭게도 산은의 브리핑이 열렸다. 이 회장은 브리핑에서 쌍용차 노사의 무급 휴직 등이 담긴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 지원은 인수 의향자들의 사업 계획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결정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자구안을 내 놓은 쌍용차 노사 측의) 노력은 감사하지만 그게 충분한지도 우리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무급 휴직 등 노사가 엄청난 희생을 결심한 것은 맞으나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미지급 임금이란 결국 나중에라도 돌려줘야 하는 돈으로 여겨질 수 있어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이 회장은 “일부 언론은 쌍용차 노조가 산은의 요구를 모두 충족했다고 하는데 아니다”며 “핵심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유치를 위해서 흑자 전환 전까지 쟁의 중단을 요구한 것은 단순한 전제 조건일 뿐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며 “정상화까지 쟁의 중단, 고정비 절감, 투자 유치 가능성과 경쟁력 제고의 긍정적 영향이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쌍용차의 회생 노력이 아직 부족해 산은의 금융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할 때 한숨을 내쉬며 “잘 이뤄지기를 희망하지만 많은 고난이 있을 것 같다”며 “쌍용차 노조와 경영진이 주관사와 잘 협의해 투자자 관점에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구안이 반영된 사업 계획서를 제시하면 타당성을 검토한 후 금융 지원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