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위원회’ 연상시키는 ‘주민자치회’ 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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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제 민주주의 부정하는 ‘옥상옥’ 조직
‘주민 신원정보 요구’ 등 독소조항 곳곳에
‘좌파 놀이터’로 전락 빤해…추진 중단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6 00:02:02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어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적화통일방안인 ‘연방제’까지 거론한 문 대통령의 이런 지방분권에 대한 집착이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연초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민자치기본법’이 수상하다. 헌법 수호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개헌에 실패한 정부‧여당이 개헌을 하지 않고도 조례만으로 실질적인 연방제급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안 제정에 나선 것이다. 본격 시행도 되기 전인 2017년부터 서울 금천구 도봉구 등의 26개 동에서는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주민자치기본법은거주자뿐 아니라 주소지 내 직장인과 학생들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읍‧면‧동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주민총회를 두어 자치계획 승인과 행정사무 위임‧위탁, 주민감사‧조례발안 등 청구권 결정, 국‧공유재산 활용계획 심의, 주민세율 및 부담금 신설 제안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자치회 사무국은 주민총회 결정과 위임사항을 집행한다. 재정은 국가와 지자체가 특별회계를 통해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명문화했다.

법엔 독소조항이 곳곳에 눈에 띈다. 겉으로는 ‘주민자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허울일 뿐이다. 우선 읍‧면‧동 단위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센터 등 기존 조직이 있는데도 별도로 주민총회와 사무국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은 업무 중복과 주민에 대한 이중 부담을 초래한다. ‘조선족’ 출신 중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주민자치회는 기존 읍‧면‧동 기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강력한 지위를 갖지만 활동에 대한 통제나 감시 규정은 전혀 없다. 이를테면 관계공무원 출석 요구는 물론, 관계기관에 자료‧의견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심지어 중앙기관과 지자체장에 주민의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전과기록 등 세세한 신원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사상‧신념 등 다양한 차별금지 조항도 있어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전국적 조직망이 있는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협동조합 등이 뭉치면 얼마든지 지방공무원 자격을 부여받는 자치회 사무국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면 특정 이념이나 이해 관례를 공유하는 이들이 교통‧환경‧아동‧주거‧안전‧복지 등 특정주제별 분과를 설치하여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행정조직이 만들어지는 격이다. 기존의 지방의회와 아파트주민총회도 참여율이 떨어지고, 이해관계가 얽힌 주민들 간 대립과 갈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판에 옥상옥 꼴이다.

6‧25를 겪은 세대는 인민군 치하 ‘인민위원회’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되살려 극구 반대하고 있다.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미명 하에 주민조직을 장악하여 문재인식 독재 권력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가진 법”이라고 보고 있다. 7월 1일부터는 예비단계에서부터 부작용이 속출하는 자치경찰제가 전국에 일제히 도입된다.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현 시스템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번영을 성취했다. 세기적 역병 코로나19 창궐과 미‧중 대결, 북한의 핵무력 증강 등으로 가뜩이나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이 시국에 굳이 논란과 우려가 많은 주민자치기본법을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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