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강화·지원정책, 한국경제 발전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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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
“韓, 中 무역의존도 줄이고 美 주도 경제블록 적극 참여해야”
“WTO 개혁 과정과정에서 한국 이해 반영되도록 노력할 필요”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6 12:26:49

미국의 공급망 강화 및 지원정책을 한국경제의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산업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6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본질은 단순히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이 아니라 단기적 효율성 손실을 감수한 패권경쟁이므로 미국 주도의 경제블럭 형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다자간 FTA 방식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식·비공식 경제협의체 방식의 동맹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14017호)에 따른 미 공급망 100일 평가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 간 ‘대통령 포럼’(Presidential Forum)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미국과 미국의 50여개국의 동맹국(우호국을 포함)의 GDP 합계는 전 세계 GDP의 65.8%(2019년 기준)에 달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은 국가경제로도 큰 손실인 셈이다. 이에 미국 중심의 경제블럭에 적극적인 참여가 강조됐다.

이태규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미국마저 자국 산업육성과 보호를 위한 과감한 산업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다자간 FTA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FTA 협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보다는 이해가 일치하는 동맹국 간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의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배제(decoupling)가 단기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공급망 강화정책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 장려와 국내 생산이 어려운 주요 상품에 대해서는 국제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의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100일 평가보고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상당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정책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강화과정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향후 ATP(Advanced Technology Products)로 분류되는 상품 수입에서 중국을 가급적 배제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므로 이 기회를 활용해 우리나라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ATP 수입 중 중국의 순위는 대부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되는 ATP를 국내 기업이 대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산업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 정책적 지원(특히 R&D 세제지원의 대폭 확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중국 생산 ATP 중 상당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첨단 해외기업이 차지한다고 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생산기지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동경직성 해소, 규제개혁 등 지연된 개혁과제를 이행해 국내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보고서는 미국이 WTO를 핵심 축으로 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로 복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 의한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의 기능정지 등 미국이 WTO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배경엔 현재 WTO 체제에서 중국의 경제적 패권도전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으로서는 현 체제 하의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WTO를 개혁한다고 하더라도 WTO의 주요 결정은 ‘모든 회원국 간의 컨센서스’에 의해 이뤄지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태규 위원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덤핑에 대한 강한 조치, 보조금 규제 강화, 인권, 노동, 환경 조건 강화 등 WTO 개혁이 다른 저개발국가의 이해와 충돌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WTO 개혁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주요 무역국들이 경쟁적으로 산업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이 보조금 협정 등 WTO의 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며 “현재로서는 다자주의보다 상호주의 또는 양자주의 체제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에는 유리한 구조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공약처럼 ‘원칙에 입각한 다자주의 체제’의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WTO 중심의 다자주의로의 복귀는 중장기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그동안 미국과의 지속적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WTO 개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