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주류정책, 형평성 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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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8 00:02:37

최근 주류업계 안팎에서 정부의 일관성없는 주류정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한쪽에선 주류광고를 못하도록 과도하게 막아놓고 다른쪽에선 무인 주류 자판기를 허용하는가 하면, 전통주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주류정책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어서다.

8일 보건복지부는 주류 옥외 광고 금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옥외광고물 전반에 주류 광고를 금지한다. 대상은 대형 건물 외벽 간판, 디지털광고 등으로 확대됐다. 종전 규제 대상인 도시철도 역사나 차량, 스크린 도어 등은 유지된다.

또한 주류회사가 브랜드를 전면으로 내세워 특정 행사를 후원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류 광고 금지 시간대를 적용하는 매체를 기존 TV 외에 데이터방송, IPTV 등 주문형비디오(VOD) 등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건전한 음주 문화 조성을 위해 외부 홍보물 등을 금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류업계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들의 편의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업주들의 영업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주류 시장은 코로나19로 시장 전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유흥업소 판매량이 주류 업체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오랜 영업 제한 및 집합금지 명령으로 주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홈술 열풍으로 가정 주류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유흥시장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일긴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주류 무형문화재 보유자·식품명인이 제조한 제품으로 제조장 소재지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한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을 대표해온 막걸리나 소규모 맥주는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없다. 주류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이 제조하지 않은 제품은 전통주로 볼 수 없다는 규제 때문이다.

아울러 ‘주류자판기’가 이달 말부터 편의점에서 시범 운영된다. 모바일 앱에서 성인 인증을 거친 고객이 발급 받은 QR코드를 자판기 스캐너에 인식한 후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 주류 자판기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일반 음식점에 설치가 허용됐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때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처럼 정부는 한쪽에서는 주류 판매에 대한 광고조차 막고 있으면서 또 다른 한쪽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거나 주류 자판기를 통해 판매를 촉진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 규제를 강화하려거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일관성 없는 정책은 형평성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허경진 kjhe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