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에 답한 별신(別神), 다시 무대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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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6-18 09:20:12

/대구시립국악단 주관 5월 공연

/극장 레퍼토리로 손색없는 무대

/안부와 답신이 연결된 ‘춤 편지’

/제의 언덕 넘어선 박(拍)의 미학

/나와 너 넘어선 우리가 된 순간

작년 11월 초연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채 올해 특별한 별신을 다시 맞이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대구시립국악단이 주관한 공연, ‘별신(別神)’. 극장레퍼토리로 다시금 관객과 마주했다. 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말처럼 녹록하지 않다. 이번 공연(2021년 5월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극장 콘텐츠로서의 입지, 확장성 외에 공연예술 미학이 담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여자 무용수 1명이 올라온다. 무대 앞에 차분히 앉는다. “쾌지나 칭칭나네” 소리 퍼진다. 무대 막이 오르면 무대 후방은 또 하나의 ‘춤의 성전’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무대 중앙에 내려진 세트 속 2인무가 시작된다. 춤의 공간은 서서히 숨 쉰다.

무대 중앙의 김순주가 아래에서 위로 등장한다. 아쟁과 구음이 적절하게 혼합돼 퍼지기 시작한다. 조형성 강한 세트 속을 채워 나가듯 넋을 부르는 소리가 장구 장단에 실린다. 이 작품에서 무대 세트의 역할은 크다. 간소하되 간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입체성, 조형감이 움직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대 세트를 이루는 각각의 프레임은 갇힘과 열림을 위한 또 하나의 경계가 된다. 구음 음색 짙어질 때 춤의 구심력 또한 덩달아 강해진다. “넋이라도 오셨으면…” 염원의 구음이 독무와 함께 춤춘다.

밀도 높은 관현악 사운드가 2인무를 파고든다. 순도가 높아진 음악은 움직임을 더 빛나게 한다. 남자 무용수들의 힘찬 움직임은 단번에 춤의 벌판을 달린다. 제의(祭儀)의 언덕을 지나는 눈길과 손길이 분주하다. 빠른 움직임 속에도 유유히 흐르는 자유함은 이 작품의 방점이다. 안무자인 장유경 교수의 경륜과 노련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6명의 군무가 일궈내는 장면은 매혹적이다. 서재진의 지휘로 대구시립국악단의 빈틈없는 연주는 춤의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박(拍)의 미학’이다. 특별출연한 남자 군무는 날렵함과 부드러움이다. 작품 속 ‘선살풀이’는 별신의 심장 격이다. 독립적인 작품으로 떼어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슬픔을 넘어선 승화 그 자체다. 백색 의상은 작품을 눈같이 감싼다. ‘선살풀이’에서의 부채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기능적 측면은 이미 넘어섰다. 살풀이의 생명력을 끈질기게 받쳐준다.

천안시립무용단 김용철 예술감독이 등장한다. 역동과 여유를 동시에 독무에 담는다. 작품의 힘을 지탱하는 솔리스트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명징하게 보여준다. 군무는 이에 또 하나의 미소로 화답한다. 군무의 호쾌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솔로와 군무의 대조는 대립이 아니다. 공존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마지막으로 무대 세트가 위에서 내려온다. 나와 너를 넘어선 우리가 된 시간이다. 별신의 존재 이유다. 지난 해 별신의 부제 ‘안부를 묻다’에 올해 ‘답신을 받다’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별신은 이렇게 ‘안녕’이란 편지를 따뜻하게 남긴다. 읽고 또 읽을 춤의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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