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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는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자유기업의 사회, 사회주의·공상주의 사회, 전체주의 사회 등이죠. 그렇다면 자유 기업사회에서 개인이 통제하는 사회는 자유기업 사회일까요, 아니면 사회주의 사회일까요. 여기서 핵심은 국가가 운영을 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회입니다. 그런데 만약 빅테크 기업이 국가를 운영하면 그것은 자유기업 사회일까, 아니면 사회주의 사회일까입니다.
20억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은 3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미국보다 큰 나라일까라는 물음입니다. 저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을 빅테크 기업들(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은 싫어했을까. 트럼프가 기업친화적으로 법인세도 깎아주고 반독점 이슈에서도 유럽이 구글에 관세 매길 때 유럽에 보복관세 매겨주는데 말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큰정부를 지향하며 국가가 개인과 기업에 더 많은 간섭을 하는 민주당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민주당과 가깝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트럼프의 공화당은 자유기업 사회의 국가이고 빅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사회주의를 꿈꾸는 기업이라서가 아닐까요. 트럼프의 공화당은 전통적인 미국의 공화당이라 보면 됩니다. 즉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높여 개인의 소유권과 권익을 극대화하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방식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은 각 기업 개별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볼 수 있고 그들은 디지털 사회주의의 운영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애플 등은 약 20억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대한 국가와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수익을 얻는 방식을 봅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80년대에 PC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즈음 MS-DOS를 싼값에 광범위하게 공급했습니다. 그러자 폐쇄적인 애플의 맥킨토시가 아닌 IBM용 PC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죠. 즉 소프트웨어를 무료 혹은 싼 가격에 배포하자 이를 이용하려는 하드웨어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PC라는 하드웨어가 늘어나자 IBM용 PC의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돈을 벌려는 프로그래머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개발되자 사용자는 수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있는 IBM용 PC로 수요가 몰려 대부분의 PC는 IBM용 PC가 됐죠. 승부는 제품의 질이나 사양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유저 입맛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많으냐가 시장을 지배한 겁니다.
PC를 거쳐 인터넷 세상이 왔습니다. 그러자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렸습니다. 어도비는 애크로뱃리더를 개인사용자에게 무료로 푼 다음에 기업용 서버 소프트웨어와 편집툴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거뒀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무료로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용자가 늘어나자 광고를 팔아 수익을 거뒀습니다. 네이버와 구글은 무료로 인터넷 검색을 도와주고 검색을 하면 상단에 돈을 많이 낸 순서대로 광고주를 배치함으로써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을 타고 일개 국가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를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면 사용자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자주 보는 상품이 있다면 이 상품은 그들이 욕망하는 상품이고 욕망하는 상품을 추천하면 매출이 올라가 이익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자주 보는 영화를 가지고 성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한다면 사용자가 늘어나고 매출이 올라가 이익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페이스북도 구글도 위와 마찬가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즉 욕망데이터를 알 수 있다면 사용자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킵니다.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가지고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용자를 통제하는 겁니다. 사용자는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약 20억명에 달하므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더 힘이 커졌습니다. 이들을 통제하면 빅테크가 지배하는 세상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디엠이라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페이스북은 SNS를 통해 알아낸 인간의 욕망을 쇼핑과 결합시켜 소비를 만들어내고 그 소비를 자신의 통화인 디엠으로 쓴다면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왕국의 탄생입니다.
그렇다면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강제로 빼앗아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데이터는 사용자가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소비합니다. 투명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투명성이란 자신의 일상이나 취향을 내적인 욕구 때문에 스스로 남에게 밝히는 겁니다. 내적인 욕구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겁니다. 페이스북에서 인정은 ‘좋아요’ 갯수로 나타납니다. ‘좋아요’ 하나를 더 받으려고 명품백의 구매도 유명한 커피숍 방문도 해외여행도 불사합니다.
정보(데이터)는 보이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인 겁니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입니다.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이라는 얘기죠. 따라서 정보(데이터)의 증가는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성의 향상은 GDP의 증가로 나타나고 GDP의 증가는 곧 국가의 발전입니다. 따라서 빅테크는 그들의 국가에서 스스로 발전하는 중인거죠.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왜 빅테크는 기업 우선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정권을 싫어할까요. 그들은 자신의 세상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통제하는 권력은 큰정부이고 큰정부는 자유기업 사회가 아니라 사회주의입니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미국에는 통제하고 싶은 권력 둘이 남았습니다. 민주당과 빅테크 기업입니다. 자유기업사회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물러나고 2번째 라운드에서 민주당은 빅테크 기업들을 통제합니다.
청문회를 통해서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에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규제하는 것이지요. 통신품위법 230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면책 특권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콘텐츠에 문제가 생겨도 법적인 책임을 면했습니다.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은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도 받았고 이로 인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처럼 여러 개의 기업으로 쪼개질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들을 규제하려 할까요. 그들은 정치권을 위협하는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워싱턴포스트를 가지고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은 기업인 동시에 스스로 언론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이들은 트럼프의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켰고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팔러 앱을 애플은 지웠으며 아마존은 팔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시켰습니다. 그래서 이들도 빅테크의 무서움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도 현재 미국과 똑같은 전쟁을 하는 중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알리바바의 마윈 발언 이후 알리페이의 상장이 연기되었습니다. 이후 알리바바는 반독점 규제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규제로 인해 그룹은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심지어 알리바바가 소유하고 있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를 팔라는 압력까지 더해지고 있죠.
그렇다면 왜 중국 공산당은 마윈의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매각하라고 했을까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되며 승승장구하던 35살의 CEO 장판이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며 시작됩니다. 2020년 4월 17일 그의 아내가 올린 SNS 글에 내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며 불륜 상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불륜 상대는 유명 스타로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둔 장다이입니다.
이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는데 여기서 중국 공산당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알리바바가 웨이보를 비롯한 인터넷 언론매체에 압력을 가하여 이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겁니다. 중국 공산당은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자신들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는데 알리바바 사건으로 빅테크 기업의 힘이 커진 것을 눈으로 목격한 겁니다. 따라서 공산당은 빅테크 기업들을 마윈의 발언을 계기로 손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텐센트가 음란한 앱 때문에 수익 몰수 처벌을 받았다’면서 인민일보가 텐센트를 때리기 시작했고,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상장을 앞두고 돌연 연기를 당했으며 핀둬둬 회장은 사임했습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과 같이 전방위 압박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공산당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독점적 행위로 분류하고 이런 정보를 개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핵심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얘기죠. 빅테크 기업들이 할인을 내걸고 유치한 고객예탁금으로 해오던 대출 사업도 이제는 일반 금융회사와 똑같이 규제합니다. 공산당이 법정 가상통화인 디지털위안화 도입을 서두르는 것도 모바일 결제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알리페이·위챗페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것은 페이스북이 디엠(가상화폐)을 쓰려는 것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막았듯이 중국 공산당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알리페이, 위챗페이 사용을 뒤늦게 막으려는 시도죠.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핀둬둬, 징둥, 메이퇀 등을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이같이 국가가 빅테크를 통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권력을 빼앗아 오려는 시도입니다. 현재는 데이터가 전부인 세상이기 때문이죠. 데이터를 가진 자가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고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좋아요’를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신체, 장소, 취향 등에 관한 정보를 갖다 바칩니다. ‘좋아요’ 하나에 스스로 내어준 정보는 알고리즘으로 쓸모있는 정보로 가공됩니다. 디지털 권력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손쉽게 그들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솝우화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방법이 바람보다 태양이 효과적인 것처럼요.
현재는 디지털 통제사회입니다. 자신의 내밀함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질 때 디지털 통제사회는 스스로 완성됩니다. SNS 사용자들이 모두 관종이 된다면 디지털 권력으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빅테이터 분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빅데이터 분석이 더 대단한 것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행동 패턴을 알 수 있고, 행동 패턴을 통해 미래 예측까지 가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엑시엄이라는 민간 빅데이터 기업은 9.11 테러가 터지고 미국의 정보기관보다 빨리 9.11테러 용의자 10명의 신상을 정부에 넘겼습니다. 미국의 빅데이터 회사로 알려진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내어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빅데이터 분석은 행동 패턴을 분석해 범죄와 테러의 해결뿐 아니라 예방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단합니다.
정치는 어떠할까요. 빅데이터에서 대중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게다가 데이터를 통한 감시는 외부가 아닌 내부를 통제하는데 있어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공산당은 알리바바에게 소비자의 정보를 내놓으라고 닦달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규제 지침을 내놓게 하는 등 빅테크에 대한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갖고 있는 소비자 정보를 관리하는 합작 기업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합작사에는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금융결제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이들이 수억 명의 소비자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관리·감독하게 됩니다.
합작 기업의 경영진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은 사람이 맡을 전망입니다. 이는 인터넷 부문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 가운데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빅데이터를 통한 패턴분석을 정치에 직접 적용하려 하고 있는 거죠.
앞으로 IoT 사물인터넷 시대가 옵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 우리는 모든 사물로부터 감시 당하는 세상에 살 겁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더 투명한 통제사회가 되겠죠. 빅테크와 정부 간 빅데이터를 놓고 벌이는 통제사회의 전쟁이 이제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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