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웃음 산 이낙연·정세균, 정용진 소통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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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권주자 청년공략 행보에 ‘무리수’ 냉혹 평가
목적성 짙은 소통방식에 MZ 이해노력 부족 배경
‘용진이형’ 정용진 진정성 깃든 솔직 소통 본보기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21 00:02:17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청년이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자 사회변화에 민감한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청년민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움직임은 올해 36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경선 승리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헌정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의 탄생 배경에 청년층의 적극적 지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대선을 염두한 유력 대권주자들의 노력은 특히 두드러진다. 각종 공약과 정책만으로 청년민심을 잡으려 했던 과거와는 새삼 다른 모습이다. 체면 차리기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애처롭다는 반응이 적지 않음에도 그들의 발버둥(?)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노력이 애처로움을 넘어 가식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14일 종로 롤파크를 찾아 게임을 잠시 즐기는 시간을 갖은 후 곧장 “게임을 학교 스포츠로 편입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당시 여론 안팎에선 청년민심을 의식한 일종의 ‘쇼(SHOW)’라는 반응이 들끓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비슷한 수모를 당했다. 오히려 반반은 더욱 거셌다. 앞서 정 전 국무총리는 젊은 감각을 과시하기 위해 금반지와 벙거지 모자, 가죽잠바, 선글라스 등 이른바 ‘힙합 패션’으로 무장한 사진 공개했다. 그러나 정 전 국무총리의 파격적 선택 역시 ‘대선을 의식한 보여주기’라는 평가 외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만 갉아먹는 결과만 낳았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처절한 청년구애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은 배경에는 그들이 지닌 소통 방식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목적성을 띈 가식적 소통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목적이 있음에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소통 자체를 자신에 대한 ‘기만’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

얼마 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명 유튜버의 뒷광고 논란, 조작방송 논란 등이 단적인 사례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방송을 조작하고 교묘하게 시청자들의 눈을 속여 특정 제품을 홍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유튜버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온라인을 중심으로 퇴출운동까지 벌어지면서 해당 유튜버들은 결국 방송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목적 없는 자연스러운 소통, 혹은 목적이 있을 경우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솔직한 소통에는 호응을 아끼지 않는다. 신세계그룹 총수인 정용진 부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를 활용한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셀럽’의 반열에 올랐다. 셀럽은 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로 누구나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유행을 이끄는 유명인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정 부회장의 소통 방식은 특별한 게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드러나는 것 자체를 꺼려했던 기존 재벌의 이미지를 깨고 솔직한 소통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골프를 치거나 아이들과 요리하는 일상의 모습을 개인 SNS에 공개하는가 하면 본인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며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그의 솔직함에 ‘용진이형’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주며 격하게 호응하고 있다.

대권주자 정세균·이낙연과 정용진 부회장, 이들 세 사람이 소통을 통해 얻은 결과는 분명 판이하게 다르다. 대권주자들은 본전도 못 건진 채 ‘가식쟁이’라는 수식어만 얻은 반면 정 부회장은 청년세대와 가장 친근한 재벌총수로 자리매김 했다. 신세계그룹 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통 방식의 이해 유무가 낳은 결과로 보기엔 참으로 냉정하기 그지없어 보일 순 있으나 그 속에는 진정성 있는 노력의 차이가 깃들어 있다.

청년세대의 영향력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진정성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인 것이다. 어설픈 보여주기는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일종의 청년세대의 경고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앞으로 정치권은 청년구애 전략 수립에 앞서 정세균·이낙연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정용진 부회장의 사례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당장 정세균·이낙연 먼저 정용진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