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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인 줄 알았던 지구온난화
실상은 탈석유 세상 주도권 쟁탈전
각국이 에너지 독립을 누릴 21세기
우린 20세기 식민상태로 돌아가려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석탄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경주하고,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적 금융을 중단하고….”
탈(脫)석탄을 천명하고 각국의 실천을 독려한 것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걸 보니 지금 각국의 지구온난화 방지운동이 그렇게 느슨한 것 같지는 않다.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자는 탄소중립 운동. 하지만 이 운동은 문 대통령이 제안하듯 지구를 이산화탄소로부터 구하자는, 100% 순수한 환경운동은 아니다. 요즘 떠도는 음모론에 따르면 온난화 대책은 세계지배구조를 놓고 선진 각국이 벌이는 ‘패권전쟁’ 이란 느낌이다.
세계 주도권 놓고 벌이는 패권 쟁탈전
지구온난화 대책은 ‘깨어있는’ 일부 시민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관심을 안 갖던, 지난날의 그저 그런 환경 문제가 아니다. 바로 정치 문제다. 조금 과장하자면 ‘센터’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이다.
이웃 나라 예를 보자.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를 목표로 하는 ‘개정 지구온난화대책 추진법’을 5월26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모든 정당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탄소중립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그리고 노골적으로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당들은 최소한 그런 긴장감은 가지고 있다.
각국이 탄소중립에 나서는 것은 빙하가 다 녹아 북극곰이 몰살당하는 걸 보기 괴로워서 만은 아니다. 해수면이 상승해 육지가 모조리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만도 아니다. 선진 강국들이 나서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방지기술 개발에 소홀할 경우 세계 리더 자리를 빼앗겨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어라, 국가의 명운을 걸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일본이 전열 정비하는 이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한때 일본이 세계 온난화 대책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저주저하자 덩달아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목표를 후퇴시켰었다. 하지만 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왜 그랬을까. 탄소중립이 세계질서와 직결된 엄청난 문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직결될까. 음모론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방지기술이 기존 세계질서를 통째로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왜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그간 미국이 추구해온 세계전략을 살펴보면 된다.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질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는 사실상 미국이 구축한 것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에 ‘달러 경제권’을 확립하고 세계의 리더로 군림해왔다. 그 과정에서 석유라는 자원은 미국의 세계지배를 더욱 공고히 해줬다. 석유의 세계는 메이저라 불리는 미국 기업이 좌우해왔고 석유 결제는 모조리 달러로 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세계 대부분의 바다에서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애초부터 세계 굴지의 산유국인데,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셰일층에서조차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게 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선진국 중 미국만이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호의’를 잃어 석유 수입이 끊기게 되면 경제활동이 멈춰 버릴 운명에 있다. 석유의 공급·수송·결제 등 석유와 관련된 모든 것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고, 이것이 미국의 절대 파워의 근원이 돼 왔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유럽과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세계전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환경 차원을 넘어선 탄소중립 정책
변화를 초래한 것이 바로 환경기술의 급격한 발전이다. 이제 재생에너지가 극적으로 싸져서, 발전 단가가 화력발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만약 소비 에너지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채울 수 있다면, 그래서 석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에너지의 완전 독립이 가능해진다. 이는 안보상 엄청난 효과를 낳는다. 한 나라 안보와 경제의 근간인 에너지를 미국 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구온난화 대책, 탄소중립 정책을 외면할 나라가 있을 수 있을까.
조금만 있으면 석유에서 벗어난 세상이 찾아온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독립선언이 쏟아져 나올 판국이다. 지구온난화는 그동안 환경운동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엄청난 국제정치 문제였던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태도 180도 표변
탄소중립 정책은 향후 100년간 세계질서를 바꿔버릴 것이다. 어느 나라가 탄소중립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그 전쟁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리더가 바뀌게 된다. 지금 경쟁은 미국, 유럽, 중국 사이에 치열하다.
그간 탄소중립 운동을 주도해온 것은 유럽이었다. 환경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 그동안 미국의 독점적 석유 지배에 불만을 품어온 유럽이 환경을 옹호하는 척 하며 탄소중립 등 정치적 책략을 펼쳐왔다는 음모론이 나온다.
세계 최대 공업국인 중국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방지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상이 환골탈태(換骨奪胎) 할 탈석유 세상에서 뒤쳐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정권도 본격적인 탄소중립 전략을 밝히기에 이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사실 석유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유럽의 탄소중립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탈석유가 가져올 최첨단 세상에서 앞으로도 리더로서 영화를 누리려면 지구온난화 대책과 탄소중립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는 변하는데 우리는 ‘평양 동영상’
미국과 중국이 방향을 대전환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서, 북극곰을 사랑해서, 해수면 상승을 겁내서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세계의 패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가만히 있다가는 돌아올 피해가 너무도 막대해서다.
우리는 에너지 대부분이 재생에너지로 채워질 급변할 미래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 대부분 나라가 에너지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독립만세’를 외쳐댈 20~30년 후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
이 모든 게 음모론일 수 있다. 하지만 맞을 확률이 높은 음모론이다. 서울 대신 평양 사진을 띄우는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홍보영상 수준의 마음가짐으로 대처하기엔 너무 버거운 큰 음모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간 환경기술 경쟁은 부수적으로 지구환경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온난화가 멈춘 푸른 지구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줄서기를 강요 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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