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부동산 정치’로 민심 얻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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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24 00:02:40

최근 여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양도세) 완화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종부세 부과기준은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부랴부랴 부동산 정책을 반성한다며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벌써부터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종부세 과세 방식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종부세법에서 과세표준을 정할 때 9억원이라는 공제 기준이 법에 명시돼 있다. 종부세법 8조를 살펴보면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은 납세의무자별로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6억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1가구 1주택자는 합산 금액에서 3억원을 공제’한다고 돼 있다. 1주택자는 9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시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2% 과세가 현실화하면 이 법 조문은 모호하게 바뀌게 된다. 6억원 공제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되, 1가구 1주택자 중 상위 2%에 해당하는 금액과 6억원의 차액을 추가로 공제한다는 식의 조문을 두고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38조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59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도세도 논란을 일으키긴 마찬가지다. 양도차익에 따른 장기보유공제 축소로 정부가 시킨대로 집 한 채 사서 오래 살아온 1주택자가 피해자가 됐다. 반쪽짜리 완화 조치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각에선 주택가격이 12억원에 키맞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고가주택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는 등 주택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고민했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깜깜이 과세’, 원칙도 명분도 없는 2:98의 ‘편가르기 과세’일 뿐이다는 야권 인사의 발언이 속 시원하게 느껴진다.

여당은 선거 때의 표 때문에 무리하고 있다. 실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를 당론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서울에서 큰 표 차이로 지고 과연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는, 정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려를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종부세 완화를 못해 서울과 부산에서 100만표를 잃어버리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자당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장과 국민을 보며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한 발 물러난다고 해도 솔직하다 못 해 노골적이다. 양쪽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것은 졸속으로 될 일이 아니다. 치열하게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밀실이 아니라 공개된 곳에서 해야 한다. 한두 번의 토론회로도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옥죄기로 잃은 민심을 단기간에 돌리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