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둔갑한 주52시간제, 경제뿌리 흔드는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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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24 00:02:24

7월부터 주52시간제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법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319개사를 대상으로 ‘주52시간 단축 시행 현황 및 기업 애로사항 조사’를 실시한 결과,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될 예정인 50인 미만 기업의 25.7%는 아직도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법 시행 이전 준비 완료가 가능한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겨우 3.8%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경총 관계자는 “50인 미만 중소·영세기업은 경영여건상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50인 미만 기업들에 대한 주52시간제는 시행 시기 연기나 계도기간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선 산업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52시간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내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그러다 한 금속공장 대표를 힘들게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주52시간제 적용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표명함과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용인즉, 법을 위반할 시 자칫 범법자 신세 전락은 몰론 단지 내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도기간 연장에 대한 질문엔 헛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주52시간제 자체를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하는 정책이라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근로자 생계문제도 걱정했다. 저녁이 있는 삶의 보장은커녕 급여 삭감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투잡’을 뛰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금 감소로 인해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숙련공들이 생산현장을 떠나면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도 상당한 손실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주52시간제 충격 여파가 큰 분야는 제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금형·도금 등의 뿌리산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체감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더해지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뿌리산업 및 조선산업 5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44%는 ‘주52시간제 도입 준비가 안 됐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27.5%는 ‘7월 이후에도 준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노동자 배려 및 처우 개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주52시간제를 공약·시행했다. 그러나 집권 4년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여러 가지 어두운 실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도 이러한 사태를 우려했던 터라 계도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일주일 뒤면 현장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에 빠져들 우려가 다분하다. 이들의 고충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의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