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0대 그룹 총수 10명 중 6명 ‘대표이사’ 명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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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71개 그룹 총수 등기임원 현황 분석 결과 발표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23 13:55:45

▲ 국내 60대 그룹 총수 중 61.7%는 대표이사 명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테헤란로. ⓒ스카이데일리

국내 60대 그룹 총수 중 61.7%는 대표이사 명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35% 정도는 상법상 무거운 책임이 있는 등기임원을 아예 맡고 있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와 함께 그룹 총수 10명 중 3명 정도는 등기임원이면서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 분석’ 결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도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원 이 넘는 그룹으로 지정한 71곳 중 자연인 동일인(총수)을 두고 있는 60곳이다. 총수의 각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현황 여부는 공정위에 보고한 임원 현황(5월 기준) 자료 등을 참고했다.

조사 결과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국내 60개 그룹에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는 총 2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23명의 총수가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계열사는 모두 33곳이다. 16명은 1개 계열사에서만 대표이사를 직함을 보유 중이었고 나머지 총수들은 2개 이상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겸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60명의 총수 중 37명은 대표이사 타이틀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대표이사 명함을 갖고 있는 인물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팬오션, 하림, 팜스코 4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명함을 보유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세 곳에서 대표이사로 활약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은 계열사 2곳에서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총수 유형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호진 전(前) 태광 회장 등은 법적인 문제로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은 과거 법적인 문제로 등기임원을 내려놓은 후 대표이사 등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그룹 경영에서 이미 손을 뗐거나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은 총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등이다.

이 밖에 이명희 신세계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유경선 유진 회장,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 등도 각기 다른 이유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놓지 않고 있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37명의 총수 중 21명은 사내이사 직함도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60명의 총수 중 35%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는 셈이다.

반대로 사내이사 명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 총수는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으로 조사됐다. 우 회장은 대한해운, 경남기업, 대한상선, 우방산업 등 현재 12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장형진 영풍 회장(5곳),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4곳) 등도 사내이사 직함이 많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장연신 애경 회장은 3곳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처럼 등기임원이면서 이사회 의장도 함께 겸임하고 있는 총수는 20명으로 조사됐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계열사인 코웨이에서도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이사회 의장직을 함께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등도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맡으며 2개 회사에서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각각 현대자동차와 (주)LG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정 회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기아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려는 사례도 일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