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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다.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개입 아래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줬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자진시정 제도인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부당 지원 문제를 스스로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각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삼성 측은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보도자료의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일방적이고 전원회의에서 심의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 2018년부터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조사해온 바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해석에서다.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배당하면 배당금 중 일부가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로 흘러가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삼성전자 등 5개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부당지원행위 사건 집행 이래 최대 규모다. 각 사별로는 삼성전자 1012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29억원, 삼성전기 105억원, 삼성SDI 33억원, 삼성웰스토리 960억원 등이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도 국내 단일기업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가 2013년 4월부터 사건 심의일인 이달 2일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면서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고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사실상 이재용 일가 회사인 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전부 몰아준 것이다”며 “이런 계약 방식은 동종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웰스토리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2년말 웰스토리(당시 에버랜드)가 제공하는 급식 품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한 데서 비롯됐다. 웰스토리는 급식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했다. 이로 인해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은 기존 22%에서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직접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식재료비, 인건비, 소모품비 등 직접비를 뺀 직접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수주 여부 결정 등 급식업계의 영업기준으로 쓰인다.
공정위 “부당지원에 미전실 직접개입…웰스토리, 총수일가 ‘캐시카우’ 역할”
웰스토리 수익악화가 우려되자 미전실은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듬해 1월 삼성전자와 웰스토리는 최지성 전 미전실장 지시로 ‘전자급식개선TF’를 구성해 식재료비 마진 보장 등 계약구조 변경안을 짰다.
같은 해 2월 미전실은 계약구조 변경안을 확정하고 4월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해 가격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5월에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삼성전자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에도 적용하도록 조치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미전실이 계열사 구내식당의 대외 개방도 막았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0월 삼성전자가 웰스토리가 아닌 다른 사업자와 구내식당 일부 물량을 계약하려 시도했지만 석달 뒤 미전실 간부가 전화로 무산시켰다.
삼성전자는 2017년 9월에도 식당 개방을 계획했지만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이 “너무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경쟁입찰을 보류했다. 당시는 미전실이 사라진 후였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가기 몇 달 전인 2018년 4월에도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패밀리홀 식당 경쟁입찰을 추진했지만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이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이 결국 총수일가에게 흘러갔다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2013~2019년 4개사와 거래해 총 48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계산했다. 같은 기간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9.5%에 해당한다.
웰스토리의 영업이익은 100%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배당금으로 흘러갔다. 삼성물산이 2015년(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부터 2019년까지 웰스토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758억원이다. 이 기간 웰스토리의 당기순이익은 3574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이 배당금으로 지급된 셈이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에서 이 부회장 일가 지분율이 31.58%인 만큼 2700억원이 넘는 배당금 가운데 상당 규모는 총수일가로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해 총수일가의 ‘캐시카우’ 역할도 수행했다”고 했다.
당초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전원회의를 거치며 최지성 전 실장 외 3명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정 TF장이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2018년 5월 경쟁입찰 중단을 지시한 당사자이나 위원회에서 고발에 이를 정도로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은 최 전 실장에 의해 주도적으로 결정·실행됐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한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단체급식 일감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위에 동의의결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기각한 후 제재 수순을 밟았다.
육 국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에 돈이 많이 필요했는데 이를 캐시카우인 웰스토리의 영업이익으로 충당하기 위해 부당지원했다는 게 결론이다”며 “이번 조치로 급식업계의 경쟁여건이 개선돼 단체급식 시장의 공정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 “임직원 복리후생마저 부당지원 호도 유감…일방적 판결 납득 어려워”
삼성 관계자는 “웰스토리가 핵심 캐시카우로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거나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언급돼 있어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며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고 당시 경영진이 언급한 것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식사 품질을 향상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로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부연했다.
삼성 측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원회의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며 “동의의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급식 개방은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잘잘못을 떠나 이번 일로 국민들과 임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관련 제도를 더 세심하게 살펴 다시는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부당지원 사건과 이 부회장 그룹승계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공정위가 증명하지 못했다. 육 국장은 “이 부회장 승계와 이 사건 지원행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수일가가 제재에서 제외된 점도 공정위가 이 사건 관련 총수일가의 직접 개입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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