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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상명하복식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주장
/윤석열, 통일적인 검찰권 행사 위해 필요성 인정
/2004년 이의제기권 부여, 상명하복식 이미 폐지
/추미애식 검찰개혁, 말로는 검사 독립 주장하나
/실제로는 상명하복식 검사동일체 요구하는 모순
6월 17일 부장검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 요지는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이 검찰개혁에 아들의 희생을 바쳤는데 유족의 뜻에 부응하려면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제 잔재인 검사동일체 원칙을 혁파해야 한다. 상명하복식 지휘체계인 검찰청법을 고쳐야 한다. 개개의 검사가 단독제 관청이므로 지휘 감독을 핑계로 상관이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론은 이를 ‘추미애, 검찰동일체 원칙 폐기 주장’이라는 식의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하였다. 한마디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추미애는 법무장관 직에 있는 동안에도 여러 번 같은 주장을 했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며칠 뒤인 23일 추미애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여당 후보 중에 단박에 3위 자리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친문 표심’이 추미애에게 쏠린다면 추미애가 여당 후보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유력 대선주자 추미애가 강조하는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에 필자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그가 라이벌로 생각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나아가 실제 검찰의 인식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검찰권의 통일적인 행사를 위해서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윤석열도 2020년 1월 31일 대검에서 열린 행사에서 “어느 위치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바뀐 것이 없다”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었다. 물론 상명하복 측면이 아니라 검찰권 행사가 검사에 따라서 달라져서는 안 되고 마치 한 명의 검사가 한 것처럼 통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는 국민의 인권 보장 측면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되고 있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용어는 사실은 노무현정부 초기이던 2004년 1월에 법 개정으로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대중정부 시절이던 2000년 11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낸 검찰청법 개정안이 그 시작이었는데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검찰의 상명하복 관계를 규정한 검사동일체 조항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의 중립성, 독립성, 수사의 공정성 같은 용어는 현재 여당에 훨씬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금 제1야당의 뿌리인 한나라당이 제시한 명분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검사동일체 원칙을 아예 폐지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검사에 대한 통제 수단이 사라져 검사가 판사처럼 ‘독립’ 기관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검사는 왜 독립되면 안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는 판사와 검사의 차이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판사는 가만히 앉아서 들어 온 사건만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권한 남용의 위험이 극히 작지만 검사는 수사할 ‘일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권한 남용 위험이 훨씬 크고 통제권을 벗어난 검사가 함부로 칼자루를 휘두르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명령에 복종한다’를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되,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부안을 제출했다. 검사에 대한 통제와 검사의 독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내용인데 이대로 통과가 되었다.
당시 추미애도 여당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경위를 모를 리 없을 텐데 그가 그렇게 없애자고 주장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아예 싹 도려낼 수 있는 기회를 막은 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의 여당이었다. 물론 여당이 개혁을 방해한 것은 전혀 아니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필자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와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깨자고 주장하는 추미애는 틀렸다는 것이다. 사실 17일 그의 주장들이 다 근거가 부족하다. 우선 검사동일체 원칙이 일제 잔재라는 주장부터 사실과 다르다. 이 조항은 일제가 아니라 독일에 기원을 둔 것이다. 독일의 검찰 제도 초기에는 검사가 딱 한 명이었다가 점점 검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하급청 검사가 상급청 검사 지시에 따르지 않는 일이 생기자 이를 막기 위하여 복종의무가 법률로 명문화된 것이다. 이것이 일본을 거쳐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면 사실은 검사동일체 원칙뿐 아니라 민법과 형법의 대부분을 들어내야 한다. 지금 민·형사법 뼈대가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것이 그만큼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상복하복식 지휘체계인 검찰청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앞서 살펴봤듯이 상명하복 조항은 2004년 개정으로 사라지고 오히려 검사에게 이의 제기권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을 고치자는 추미애 본인조차도 법무장관 시절에 그 어떤 개정안을 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추미애가 정말 하고 싶은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일제 잔재 청산이나 상명하복 폐지라기보다는, 검사는 ’단독제 관청‘이므로 지휘‧감독을 핑계로 상관이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를 단독제 관청이라고 하는 이유는 검사는 검찰총장이나 지방검사장 명의가 아니라 자기 명의로 처분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단독제’이지 ‘독립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검사가 독립을 하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독립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추미애의 검사 독립 주장은 듣기에는 매우 멋지고 민주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위험한 주장이다. 실제로 이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방향도 검사의 독립이 아니라 소위 ‘검수완박’이라고 해서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제거)하는 쪽이다.
물론 추미애의 주장은 지휘·감독을 핑계로 상관이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검사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맞설 수 있는 이의제기권이 이미 있기 때문에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 딴소리를 한 것이다. 물론 순응적인 검사들이 이의제기권을 잘 행사하지 않는 문제도 있겠지만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때 검찰 상부의 수사 중단 요구에 맞서 이의를 제기했던 검사가 바로 윤석열이었다. 그때 윤석열이 인사권으로 ‘보복’ 당해 수사권 없는 고검을 몇 년씩 전전했었다. 그런 보복의 흑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추미애 법무장관 때부터 다시 재현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번 검찰 인사도 그렇지만 대통령의 지시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당했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로는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검사에게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고 ‘복종’을 요구하는 쪽이 누구인지를 국민은 이제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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