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꽃을 피우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이주영의 아트&컬처

동행꽃을 피우다

이경화, 김문애, 정혜진의 춤 ‘동행’
다섯 가지 독무, 깊이 돋보인 무대
춤을 넘어선 ‘인생의 동행’을 선사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7-02 12:30:17

동행하다. 춤으로 동행하다. 예술의 길은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 길에서 스승, 동료, 선후배 등 여러 층위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경화의 춤, 동행(同行)’은 지금까지 동행의 길을 걸어왔고, 동시에 그 길을 내는 자리였다(2021년 6월 20일, 서울돈화문국악당). 춤길 선후배로서 이번 무대를 함께한 이경화, 김문애, 정혜진 세 무용가는 각각의 솔로춤을 통해 동행이라는 군무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동행은 ‘같이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같이 가는 사람’이라는 뜻도 동시에 지닌다. 그런 측면에서 같이 가는 사람들의 같은 길은 서로를 마주하고 응원한다.

첫 무대는 ‘살풀이춤’이 연다. 이경화의 독무로 추어진 우봉 이매방류 살풀이춤. 무수한 세월 속에 춤길을 내고 달려왔던 길을 춤으로 보여준다. 그 길은 과거에 멈춘 길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춤의 깊이만큼 웅숭깊다. 이어진 작품은 최현류 ‘고풍(古風)’. 서울시무용단장이자 최현우리춤원 회장인 정혜진은 우아함, 예스러움과 그 속에 담긴 신명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이어짐이란 무늬를 제대로 채색하는 게 전통예술의 역할이다. 충분히 소명(召命)하다.

고풍의 찬연함에 이어진 ‘소고춤’. 이경화의 독무로 선보인 최종실류 소고춤은 이경화 선생에겐 특별한 춤이다. 무형문화재 비지정종목 최초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다. 대부분의 전통춤 경연대회에서는 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춤이 트로피를 들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각별하다. 작지만 강한 춤, 소고춤. 경쾌함, 절도미, 짜임새, 신명이 하나 된다. 반주를 맡은 사물놀이 ‘필락’과의 호흡도 매끄럽다.

다음 작품은 이매방류 ‘승무’. 김문애의 독무는 고도의 예술성이 집약된 춤, 영혼으로 교감하는 승무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매방류 승무 이수자이자 이화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교수인 김문애는 ‘춤 동행’은 기본이요, ‘인생 동행’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마지막 무대는 이경화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박병천류 ‘진도북춤’이다. 직선미와 곡선미의 조화가 멋과 흥을 더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양손에 든 북가락처럼 자유자재로 담아낸다.

이번 공연의 주최자인 이경화는 살풀이춤, 승무 이수자다. 현재 사단법인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계원예고, 이화여대, 한양대 등 여러 학교에서 후학들을 양성했고, 국립무용단 활동을 위시해 서울예술단 이사,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사단법인 박병천류 진도북춤 고문이다. 특히 북경무용대학, 중국 중앙민족대 무용대학 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는 창작의 깊이를 더해 전문 예술단체에 접목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이게 한다. 한국창작춤은 전통춤에 기반한 창작이란 평소의 소신은 여러 무대에서 예술성을 발현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공연 전날에는 동대문에 위치한 전통공연창작마루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무대가 마련됐다. 김서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발달장애무용단 드림온아트 사람들도 함께 참석해 어제와 오늘이 이어진 동행 무대가 된 것이다. 무용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이렇게 하나씩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다.

동행은 한 곳을 바라본다. 속도보다 방향이다. 춤길 한 길에만 집중해온 이경화의 동행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세 명이 함께 춤춘 이번 공연은 각자의 손길과 발길이 동행이란 이름으로 서로의 눈길이 돼 꽃피운다. ‘동행꽃’이다.

이주영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