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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 이니 이다.”<시편 119 : 105>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 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도덕성·결단력·추진력·포용력·정의감 등의 리더십과 더불어 인간적 자질을 갖추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필자는 감히 ‘겸손’을 꼽고 싶다. 특히 이 부분은 정치인에겐 가장 어려운 소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의 대통령은 대개 전체 유권자 중 30%대의 득표로 당선이 된다. 70%는 지지자가 아님에도 불구, 제왕 같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착각을 한다. 그럴수록 지도자는 겸손해야 한다.
시대에서의 겸손이 우선이다. 21세기엔 영웅이란 없다. 디지털 혁신 시대, 한 사람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굳이 이 시대의 영웅을 말한다면 늘 진화, 성장하는 시민사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나라엔 정의·공정·평등 등으로 미화된 ‘언어의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기 일쑤였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내 민생 경제는 외면한 채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으로 반대편에게 ‘죄의식’을 강요하며 선동했다. 가학적 범죄다. 좋은 직장에 취업, 돈 많이 벌고 주위로부터 평가 받고 재테크도 잘하고 좋은 집에서 가족과 오손도손 살며 자녀 잘 키우고 할 말도 해가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픈 게 인간의 본성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장교가 동막골 이장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고 주민들을 휘어잡은 영도력의 비결은 뭐 임메?”라고 묻자 이장은 “뭐 이를 마이(많이)멕이야지 뭐....별게 있나”고 답한다.
문명과 역사를 이렇게 진화시킨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방역지침이 격상되는 등 거리두기 희망고문으로 온 국민, 특히 영세 사업자들이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1만800원까지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실의에 빠져있다.
비트코인은 ‘기축통화’ 개념을 비웃고 부동산은 증세, 규제라는 대통령의 나홀로 경제구상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영끌 동학개미는 상식과 예상을 비웃고 있다. 미·중 갈등 속의 좌표, 북한 비핵화, 일본과의 관계개선, 한미 관계개선이라는 고차 방정식을 한 명의 정치적 천재가 쾌도난마 하는 건 기대 난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본소득 등의 복지와 건전 재정의 최상의 접점은 도대체 어디일까.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 ‘혜안(慧眼)’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들은 정말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통스런 현실에 놀라고 애간장을 태우게 됐다.
이미 고인이 된 개그맨 이주일이 1980년대 어리버리한 말투로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며 코미디 황제에 등극한 바 있다. 얘기를 시작하면 주제에 집중하는 게 아니고 이리저리 두서없이 건너뛰다 ‘뭔가 보여드리겠다’고 하면서 삼천포로 빠진다. ‘아니면 말고’의 아무 말 대잔치로 관객을 웃긴 것이다.
지금 문재인정부가 그렇다. 이주일의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코미디 정치를 하면서 ‘아니면 말고’ 풍년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집권 여당, 기록적인 승리를 거머쥔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며 정치·경제를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갔다. 긴급 상황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집값이 잡히지도 않지만 100주 이상 치솟은 전세 시장은 올가을 최악의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건, 정부 건, 청와대건 뭔가 책임 있게 발표하고 직을 걸고 추진해도 될까 말까인데 정부도, 국회도 무심하고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최근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고 민생에만 집중하겠다’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신뢰를 잃은 대통령의 말을 믿을 국민은 ‘대깨문’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정권이 한 일을 보자.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묻지도 않고 임명한 게 지금 정권의 내각 멤버가 아닌가. 교과서에 나온 3권 분립도 아예 없어졌다. 국회는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독식한 여당만의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방탄 법원, 검찰’ 소릴 듣는 사법부가 있고 심지어 선관위, 헌재까지도 중립성을 의심 받는 처지다. 최소한 선거 주무 장관이라도 내편으로 하지는 말아야 한다. 모든 게 청와대에 묻혔다.
이번 검찰인사를 보면 내 편은 주요 요직에 네 편은 한직으로 내몰렸다. 또 피의자 신분에 있음에도 내편은 승진시켰다. 그런 상사들을 검사들이 온전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사냥개가 아니라 ‘애완견’이 돼야 출세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입증한 검찰 인사다. 어떤 검사는 법무부와 검찰이 핑퐁 인사를 했다는 후문이다. 서로가 받기를 꺼려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이성윤도 당초 안에는 대검 차장이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의 강한 반대로 보직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명분은 후배검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문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 고검장이 차장으로 대검에 입성할 경우 ‘한 검찰 두 총장’으로 실세 차장이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발표한 80% 재난 지원금, 2% 종부세 폭탄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용 연장이다 뭐다하면서 정책마다 갈라치기에 선심용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인 국민은 이제 어리석지 않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왜 이렇게 복잡하고 앞뒤가 서로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지, 때아니게 ‘정치 중립, 민생 집중’이라니 듣는 국민들은 유체이탈 화법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주일 쇼라면 웃기라도 하겠지만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하고 있다. 또 ‘한 번 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 들이 벌어질지 걱정된다. 나라가 이렇게 개판으로 엉망이 됐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누구하나 책임지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절대로 임명되면 안 되는 부류들만 골라서 추천한 인사 검증팀도 문제다. 가정이건 나라 살림이건 거덜 낸 각료들은 여전히 멀쩡하게 건재하고 있다.
자화자찬하는 대통령은 인사 실패란 표현에 동의하지도 않고 난처할 때는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게 특징이다. 12일부터 2주간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의 사적 만남이 전면 금지되는 등 코로나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내려진 초유의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결정된 이후 문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통해 방역지침이 엄정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명시적 지시사항이나 당부 사항은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초유의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결정되면서 발탁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방역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전담하기 위해 방역기획관을 신설하며 기 기획관을 발탁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자 그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 기획관은 지난 4월 임명돼 9일로써 석 달째 업무를 수행 중이다.
당시 야권에서는 “기 기획관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하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하며 전 국민을 기만하고, 방역 실패를 합리화했던 장본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방역기획관이 없어서 이 지경이 된 건 아닐 텐데 멀쩡한 질병관리청을 두고 굳이 청와대에 또 자리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고 따져 묻기도 했다.
기 기획관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재됐다. 임명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문 대통령까지 나서 기 기획관을 적극 옹호하며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기 기획관이 델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사회정책비서관이 방역과 백신 접종 업무를 모두 담당해 왔다.
앞서 20대 청년 비서관 임명도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소(牛)에 경(傾) 읽기’처럼 답답하다. 공인인 대통령은 시대와 사람들과 함께 동행해야한다. 나 혼자론(論)은 턱없는 망상이다. 각 분야 유능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국민과 현자(賢者)를 경청하고, 과오를 인정하며 시정해 나가는 것이 바로 겸손이다. ‘대권’ ‘통치’ 따위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된다. 국민의 행복 앞에 무슨 진보와 보수가, 코드와 이념과 캠프가 있겠는가. 특히 대권 후보들이 서로 인신공격하며 헐뜯는 짓거리는 하지말자. 장차 문 정권의 불행한 미래 예감이 현실로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브리서 9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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