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군 맞서 연전연승했던 번조선 우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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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아닌 독립된 제국이던 번조선 ‘한사군 전쟁’서 위용 드러내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7-12 18:50:42

위만의 손자인 번조선의 우거 정권과 한나라 사이에 벌어진 일명 ‘한사군 전쟁’의 진행상황은 다음과 같다.

“천자(한무제)는 누선(樓船)장군 양복(楊僕)으로 하여금 제(齊)로부터 발해(渤海)를 건너게 했고, 좌(左)장군 순체(荀彘)에게 군사 5만을 줘 요동에서 출격시켰다. 이에 우거는 험준한 곳에 군사를 배치하고 왕검성을 지켰다”고 한다. 참고로 누선은 갑판 위에 누각이 있는 전투선이고 누선장군이라 함은 지금의 해군제독 즉 당시 수군지휘관을 말한다.

드디어 상호간에 첫 전투가 벌어졌다. “좌장군 순체의 부장 졸정다(卒正多)가 선봉장으로 출전했다가 우거의 군사들에게 크게 패했다. 휘하의 군사들은 모두 흩어졌고 졸정다도 겨우 도망쳐 나왔다. 이에 대노한 한 무제가 군법에 따라 졸정다를 참형(斬刑)에 처했다”는 의미는 석패(惜敗)가 아닌 한나라의 참패(慘敗)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식민사학자 이병도 등은 졸정(卒正)을 보병부대의 지휘관에 해당하는 관직명이고 다(多)는 그 지휘관의 이름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중국의 바이두(百度)백과에서는 졸정은 이후 약 100년 후인 신나라 왕망 때 새로 제정된 태수(太守)급의 관직명이었다고 설명돼있다.

“누선장군 양복은 제(齊) 땅에서 소집된 7000여 병사를 거느리고 먼저 왕검성에 이르렀는데 성을 지키던 우거는 누선군의 병력이 적음을 간파하고는 바로 성을 나와 공격하니 누선군은 패해 흩어져 도망치고 말았다. 장수 양복은 휘하 군사들을 잃고 10여일을 산속에 숨어살더니 점차로 흩어졌던 병졸들이 다시금 모여들었다.

또 첫 전투에서 선봉장 졸정다를 잃고 대패했던 좌장군 순체의 군사들도 우거의 패수서군(浿水西軍)을 공격했으나 깨고 전진할 수가 없었다.” 즉 또 연패했다는 말이다.

“한 무제는 두 장군의 전세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하고는 위산(衛山)에게 사절(使節)의 위엄을 갖추고 가서 우거를 달래라고 명했다. 우거가 사자(使者)를 보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하기를 원했으나 두 장군이 신을 속여 죽일까봐 두려워했는데 이제 믿을 만한 사절을 뵈었으니 항복을 청합니다’고 하며 사죄했다”고 기록돼 있다.

“우거는 태자를 보내 사죄하게 하고 말 5000필을 조공함과 아울러 군량미를 내줬다. 1만여명의 무리가 무기를 지닌 채 막 패수(浿水)를 건너려고 했더니 위산과 좌장군은 그들이 변을 일으킬까봐 두려워해 태자에게 ‘이미 항복했으니 사람들에게 병기를 버리라고 명하시오’라고 요구했다.

태자 역시 사자와 좌장군이 자기를 속이고 죽일까봐 의심한 나머지 끝내 패수를 건너지 않고 무리를 이끌고 돌아가버렸다. 위산이 돌아와 천자(한 무제)에게 보고하니 천자는 위산에게 죄를 물어 죽였다”고 『사기』 조선열전에 기록돼 있다.

먼저 중화 중심의 세계관을 지닌 사마천이 우거왕을 계승할 아들을 세자(世子)가 아닌 ‘태자(太子)’로 지칭했다는 의미는 당시 우거가 왕이었던 번조선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거의 나라를 한나라의 속국(屬國)이 아닌 독립된 제국(帝國)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우거가 한나라에서 온 사절에게 항복의 뜻을 전했는데 이는 다분히 위장항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말 5000필을 조공으로 바친다면서 1만여명의 무리에게 군량미를 지급하고 무기까지 휴대시킨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나라 왕궁을 기습 공격해 한 무제를 죽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변을 미연에 방지했던 위산에게 죄를 물어 죽인 것을 보면 한 무제가 얼마나 우거와의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갈망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겠다. 우호관계 개선을 하라고 사절로 보냈는데 오히려 적대관계를 심해지게 했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현재 한국의 강단사학계는 당시 우거와 한나라와의 경계였던 패수를 청천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망국의 반도사관이라고 질타하고 있는 재야사학은 중국 하북성 진황도시의 서단인 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 『사기』 조선열전의 내용을 이 두 강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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