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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을 이끄는 정영채 대표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의 ESG 경영 강화 방침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 대표의 엇박자 경영은 이 회장과 손 회장의 ESG 경영의 진정성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주관사 맡은 1000억 규모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전량 미매각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삼척블루파워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 예측조사에서 단 1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최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채권 발행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결국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250억원을, 다른 5개 증권사가 나머지 금액을 인수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두고 일찍부터 미매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불고 있는 ‘ESG 열풍’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회사채 투자의 큰 손인 운용사, 연기금, 보험사 등도 앞으로 관련 요소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주관사들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당시 희망금리밴드를 개별민평 대비 최대 1.0%로 제시했다. 개별민평금리란 채권평가사들이 유통시장 시가를 매일 반영해 제시하는 해당 채권의 적정 금리다.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AA급 발행사들이 대부분 금리밴드 상단을 약 0.2~0.4%로 제시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주요 신용평가사가 민자 석탄화력발전회사들의 신용평가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이 AA-급에서 A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점은 주관사들이 추가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에 대해서 인수확약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 목표액은 1조원으로 이중 2000억원을 발행했고 향후 8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채권 전문가는 “삼척블루파워 미매각은 ESG 이슈 때문이 맞다”면서 “다만 금리밴드 상단이 높아 리테일 쪽으로 풀릴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H투자증권의 삼척블루파워 채권을 대규모 인수 결정 또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의 ESG경영 강화 방침에 역행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2월 3일 NH농협금융지주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ESG전환 2025 비전’과 ‘탈석탄 금융을 선포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1500억원 규모의 ‘NH아문디 그린뉴딜 인프라 ESG펀드’를 조성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친환경 경제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는 수소, 연료전지 등에 대한 신규투자와 기존 신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 풍력발전과 같은 안정적인 투자를 병행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지난 3월 윤리경영위원회를 열고 ESG경영 강화를 위해 윤리경영 확산과 청렴한 농협 구현 방안을 논의했다. 농협은 지난해 연간 누적 24만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88만 시간동안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이 이번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면서 얻는 발행 수수료는 1억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IB업계 안팎에선 지난해 영업이익 7239억원, 당기순이익 4892억원을 올린 대형 증권사가 1억8000만원을 벌기 위해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의 ESG경영 방침에 반기를 든 셈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ESG 비전 및 탈석탄 금융을 준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男 대비 女임금 64%에 불과…여성 임원 비율도 평균 이하
NH투자증권은 ESG 요소 중 하나인 고용평등과 관련해서도 최근 금융권의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여성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751만원으로 남성 직원(1억5100만원)의 64.5%에 불과했다. 남성 직원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은 64만5000원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근무했음에도 적은 보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의 3개 사업부문(WM사업부·본사영업·본사지원)의 여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3.06년으로 남성(12.49년)보다 0.57년(약 7개월) 길었다. 사업부문 별로 따져 봐도 본사영업 부문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1.3년 오래 일했지만 오히려 급여는 6300만원 적게 받았다.
임원승진에서도 여성은 외면 받았다. 지난해 연말 기준 NH투자증권의 등기·미등기임원 55명 가운데 여성은 고작 3명(5.4%)에 그쳤다. 본래 증권업계에 여성 임원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홍은주 사외이사와 김진여 상무보 선임되기 전까지 여성임원은 유현숙 상무가 유일해 당시 여성임원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유리천장 논란에 휩싸인 NH투자증권은 여전히 ESG 경영 강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선 “기업지배구조보고서(G)에 이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E, S)까지 단계적 의무화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위원회 설치와 같은 ESG 경영전략 추진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여성등기임원 선임 확대 등 기업들의 ESG 전반에 걸친 정비도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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