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면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16 00:02:48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장장 16개월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것이다. 지난해 3월 세계는 감염병 위험 수준에 따라 6단계로 나눈 경보의 가장 높은 단계인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재앙을 맞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위험 수준에 따라 1~6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한다. 1단계는 동물 간의 감염단계, 2단계는 동물 간의 감염을 넘어 사람에게도 감염이 발생하는 인수 공통 감염 단계다. 3단계는 사람 간 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이고, 4단계는 사람 간 감염 전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확산 위험이 커진 단계다. 몇몇 국가에서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이 되면 5단계이고, 6단계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 즉 팬데믹 단계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성 폐렴 사례가 보고되었을 때는 이미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중국 보건 당국에 의해 세상에 밝혀진 것이 아니라 그해 12월 31일 WHO 중국 지역사무소가 우한의 폐렴 사례를 처음 보고했다. 이같은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 초 WHO의 정보 요청을 받고서야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불과 2개월 후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감염병 대유행을 경고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됐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올해 백신이 보급되면 인류가 코로나 감옥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견뎠다. 사람들 사이에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생존의 필수적 조건으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은 직격탄을 맞고 희생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식당·카페 혹은 헬스장이나 공연장 등은 사람들이 모여야 수입이 생기고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힘과 흥이 생기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도 절반이 지났건만 감염병의 대유행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희망은 거의 고문에 가까워지고 있다.

12일부터 2주간 예정으로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세부지침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헬스장 러닝머신 속도까지 지정하는 바람에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에서도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이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시키는 기준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이다. 주간 3일 이상 인구 10만명당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4명 이상일 때 4단계를 발령한다. 서울의 경우 하루 평균 389명 일 때 해당된다. 서울에서 이달 7일 577명, 8일 545명, 9일 495명 확진자가 발생해 3일 연속 4단계 격상 기준이 되는 389명을 초과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느끼는 공포는 무엇일까. 당국에 따르면 “최종적인 방역 목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구체적으로는 위중증 그리고 사망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 즉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나 그로 인한 사망자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확진자들이 모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환자라면 아무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 중에는 무증상 환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당국의 발표로 미루어보아 코로나 대응 방식이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영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은 이젠 코로나 환자 발생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대응 방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을 멸균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 가능한 한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 일에 전념하다보면 이번 4단계 조치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입과 행동을 단속하는 데에 무게를 두는 조치들에 이제는 시민들도 자영업자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아우성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을 보기 위해 6만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들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윌리엄 왕세손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관중은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고 환호를 내지르기도 했다. 영국은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 차단하는 대신에 독감처럼 치료 대상으로 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영국의 경우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선두를 다투는 입장으로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이 67%가 넘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을 신속히 늘려나가야 하겠지만 이제는 코로나19를 차단하느라 민생을 희생시키지 말고 치료 위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것만이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는 길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