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반복되면 실패를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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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반복되면 실패를 인정하라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30 00:02:46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국가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잘 나가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가에 속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곳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오히려 잘 알지 못했던 나라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보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 여행기를 올린 몇몇 블로그만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그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구 소련 연방에 속해 있다가 1991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서쪽 흑해 연안에 위치하는 동유럽에서 꽤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그 밖엔 벨라루스·폴란드·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 나라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한결같이 놀라게 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리나 상점에서 흔히 마주치는 우크라이나 여성의 빼어난 미모다. 오죽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밭 매는 아가씨가 바로 김태희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 다음에 관광객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문화 수준이다. 수도인 키예프에는 박물관이 100개 가까이 있다. 또 대성당을 비롯한 멋진 건축물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키예프에 위치한 성 소피아 대성당은 1037년에 세워진 정교회 성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성당 건물의 외관도 화려하지만 내부에 들어가보면 웅장하고 거대한 벽화들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고 한다.

어느 나라인들 아픈 역사가 없을까마는 우크라이나는 1986년 체로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이라는 대형 참사를 겪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주변 30km는 ‘죽음의 구역(dead zone)’으로 여전히 접근금지 상태다. 당시 사고발생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컸다. 사망자 집계 방식에 따라 조사기관마다 정확한 피해자 통계가 다르게 발표되는 바람에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 이르기도 한다.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의사회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자는 83만명으로 보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됐다. 코로나19로 1년 연장 결정이 난 후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탓에 개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세계 스포츠인들의 염원에 따라 이달 23일 드디어 개막식이 열렸고, 17일간의 올림픽 경기가 이어지게 됐다. 2021년에 열리는 2020올림픽은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운 국제행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인이 모여 각자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 가운데 인류의 화합을 도모하는 지구촌 최대 행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있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한 개인이 아닌 최근 선진국으로 명실공히 인정받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사 중 하나가 저지른 일이다.

이미 많은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하면서 참가국을 모욕하는 자막이나 이미지를 화면에 띄웠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는 올림픽 정신의 3가지 가치를 탁월함(Excellence)·우정(friendship)·존중(respect)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MBC가 이러한 올림픽 정신을 의도적으로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서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나라를 소개하고자 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말하려 한 것이다. MBC 측은 시청자에게 해당 국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하지만 ‘우정’과 ‘존중’의 마음으로 그 나라를 생각했다면 가장 나중에 떠올렸어야 하는 것이 체르노빌 사고 현장일 터이다.

MBC는 우크라이나에는 체르노빌 사고 이미지를, 최근 대통령이 총격 암살 당한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또 노르웨이에는 연어 이미지, 이탈리아에는 피자 이미지 등을 선택해 글로벌 인식에 대한 얄팍한 교양과 무지를 드러냈다. 만에 하나, 체르노빌 이미지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띄우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면 이는 무지를 넘어 사악한 편집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주요 언론들도 이 사안을 비중있게, 비판적으로 다뤘다. 미국 CNN은 “이탈리아엔 피자, 루마니아엔 드라큘라 이미지를, 한국의 방송사가 ‘용납할 수 없는 실수’에 대해 사과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한 트위터 사용자가 “와우 MBC, 만일 한국을 세월호 참사로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MBC의 국가별 이미지 선택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이미지로는 당연히 세월호가 등장할 테고 자막에는 ‘대통령이 물러나면 대부분 감옥으로 가는 나라’라는 문구가 올라와야 할 것이다.

MBC는 이 사건 직후에도 축구 중계 도중 자책골을 넣은 상대팀 선수를 조롱하는 자막을 넣어 또다시 비난을 사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상식 이하의 실수는 인적 구성의 실패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이는 방송사의 수준이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엄중히 느끼고 실패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