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왕조 시조 김알지의 미스터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김씨왕조 시조 김알지의 미스터리

김알지는 만들어진 가공의 시조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05 09:35:56

김씨왕조 시조는 김알지(金閼智)이다. 탄생신화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온다. 경주 호족 호공(瓠公·왜인 출신)에 의해 시림(始林)의 금궤(金櫃) 속에서 어린아이로 탄생한다. 이때는 서기 65년이다(『삼국사기』 석탈해 4년, 『삼국유사』 영평 3년). 어린아이를 당시 말인 알지로 불러서 알지로 이름한다(閼智卽鄕言小兒之稱也-『삼국유사』). 지역에 따라 어린아이를 ‘아기’, ‘애기’, ‘아지’로 부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맥락의 어원이다. 또한 금궤에서 나와 성을 김(金)씨로 하며, 금궤 주위에 흰 닭이 있어서 이후 탄생지 시림을 계림(鷄林)으로 고쳐 부른다.

김알지 계보는 『삼국사기』 미추왕(13대)조 기록에 나온다. 세한(勢漢)→아도(阿道)→수류(首留)→욱보(郁甫)→구도(仇道)로 이어지며 구도가 낳은 미추(味鄒)가 신라왕에 즉위하면서 처음으로 김씨계 왕조가 등장한다. 그러나 김씨왕조 시조 김알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다.

‘문무왕릉비’의 시조 성한왕

‘문무왕릉비’는 삼국통합(통일)을 이룬 30대 문무왕의 능비이다. 김씨의 내력, 부왕 태종무열왕(29대)의 업적, 문무왕의 유언과 장례 방법이 기록돼 있다. 그런데 김씨 내력에 특이한 내용이 있다. 김씨시조는 성한왕(星漢王)이며 성한왕의 출자는 훈족(흉노) 출신의 투후(秺候) 김일제(金日磾)로 나온다. 정작 김씨왕조 시조인 김알지는 언급 자체가 없다.

좀 더 비문기록을 살펴보면 두 가지 내용이 확인된다. 하나는 ‘그 신령스러운 근원은 멀리서부터 내려와 화관지후(火官之后)에 창성한 터전을 이었고… 투후 제천지윤(祭天之胤)이 7대를 전하여(君靈源自敻繼昌基於火官之后…秺侯祭天之胤傳七葉以-5행)’이다. 신라 김씨왕조의 근원은 투후 제천지윤(祭天之胤), 즉 김일제의 7세손이다. 또 하나는 계속 이어지는 기록으로 ‘15대조 성한왕(星漢王)은 그 바탕이 둥근 하늘에서 내려와 신령스런 선악에서 탄생하여 임하시니(十五代祖星漢王降質圓穹誕靈仙岳肇臨-6행)’이다. 신라 김씨왕의 선조는 문무왕의 15대 조상인 성한왕이다.

성한왕은 문무왕의 김씨왕조 계보를 역으로 추급하면 2대조 ‘세한(勢漢)’에 해당한다. 성한의 ‘한(漢)’과 세한의 ‘한(漢)’은 한자가 같다. 또한 ‘흥덕왕묘비’에는 흥덕왕(42대)이 성한왕의 24대손으로 나온다. 역시 역으로 추급하면 성한왕은 2대조 세한에 해당한다. 특히 ‘흥덕왕묘비’는 성한왕을 아예 ‘태조(太祖)’로 기록하여 신라 김씨왕조의 시조가 성한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한왕의 시조 기록은 ‘김인문묘비’, ‘진철대사탑비’, ‘진공대사탑비’의 비문에도 나온다.

훈족 출신 투후 김일제의 후손

투후 김일제는 훈족 출신이다. 훈족의 번왕인 휴저왕(休屠王)의 장남인 김일제는 14세에 휴저왕이 전한(前漢) 무제에게 패하면서 포로로 끌려온다. 이후 무제의 신임을 받아 김씨 성을 하사받으며 투국(秺國-산동성 하택)의 제후인 투후(秺候)에 봉해진다. 김일제 가문은 김상(金賞)→김상(金尙)→김국(金國)→김당(金當)으로 이어진다.

김당은 왕망(王莽)과 이종사촌간으로 왕망이 전한을 무너뜨리고 신(新)을 건국할 때 적극 가담한다. 그러나 왕망의 신은 15년 만에 후한 광무제에게 무너지며, 광무제는 왕망의 잔존세력을 제거한다. 이때 김당의 후손 김성(金星)이 광무제를 피해 탈출한다. 김성은 김일제의 7대손인 신라 성한왕이다. 성한왕은 김성의 이름자 ‘성(星)’과 한왕조 ‘한(漢)’의 조합이다. 일부에서는 성한왕을 김알지와 동일인물로 보기도 하나 김알지는 65년생(『삼국사기』)이고, 성한왕 김성은 기원전 30년생이다. 성한왕은 절대로 김알지가 될 수 없다.

김알지, 만들어진 김씨왕조의 시조

신라 김씨왕조 시조는 김알지가 아니다. 훈족 출신 투후 김일제 후손인 성한왕 김성이다. 또한 신라 김씨왕조 계보의 2대조인 김세한이다. 따라서 김알지는 만들어진 시조이다. 특히 ‘문무왕릉비’의 성한왕 탄생설화인 ‘원궁(하늘)에서 상림의 금수레(圓穹詳林金輿)’ 구절은 『삼국사기』의 김알지 탄생설화인 ‘하늘에서 시림의 금궤(天始林金櫃)’ 표현과 매우 흡사하다. 다시 말해 성한왕과 김알지는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알지가 만들어진 인물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렇다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시조 김알지를 만들었을까.

『삼국사기』는 삼국통합(통일) 시기의 삼국역사를 기록한 『(구)삼국사』가 원사료이다. 또한 『(구)삼국사』는 신라 왕조의 최종 승자인 김씨왕조가 재정립한 역사기록이다. 김씨왕조는 자신들의 출신이 북방유목민족인 훈족이라는 사실을 문헌기록에서 삭제한다. 그래서 ‘문무왕릉비’를 비롯한 여러 비석에 투후 김일제의 후손이라는 비문기록이 있음에도 문헌기록에는 일체 남기지 않는다. 특히 당시 신라는 삼국통합 이후 한족이 세운 당(唐)에 적극적으로 밀착하는 시기이다. 당연히 당이 지극히 미워하고 싫어하는 훈족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기록하기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김알지는 가공의 시조이다. 투후 김일제의 후손인 신라 김씨왕조의 시조인 성한왕 김성을 김알지와 김세한으로 분리하며 훈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만든 존재이다.

만들어진 역사도 엄연한 역사이다.

정재수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