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진석의 씁쓸한 청담동APT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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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04 00:02:33

홍진석 전 남양유업 상무가 6월 개인명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최고급 아파트 한 호실을 매입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단지 내에서 가장 넓은 평형대 호실이며 동일 평형대 호실 수도 손에 꼽는다. 매입가는 무려 43억7000만원이다. 고가주택 거래에 대한 정부의 규제강도 수준을 감안하면 전액 현금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등기부등본 상에도 홍 전 상무가 따로 금융권의 도움을 받은 흔적 등을 찾기 힘들다.

대신 홍 전 상무는 집안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 오너일가라곤 하지만 지금껏 알려진 내용만으론 홍 전 상무의 수십억원대 현금 마련에 대한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껏 별도의 남양유업 지분 등을 소유했던 적이 없다. 주식거래에 따른 차익 실현은 물론 배당 등을 받아본 경험도 없다.

오로지 근로소득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홍 전 상무는 학업을 마친 후 2007년 남양유업에 첫 발을 내딛었고, 2012년 상무로 승진했다. 등기이사가 된 건 2017년의 일이다. 빠르게 직급을 올렸지만 파격적인 급여를 받았던 건 아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등기이사 6인의 평균보수는 3억6024만원이었다. 여기서 15억원의 급여를 받았던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제외하면 평균보수는 1억원대로 떨어진다. 결코 적은 수준의 연봉은 아니지만 단기간 4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상 홍 전 상무의 근무기간 등을 감안하면 근로소득만으론 청담동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부정한 방법을 활용한 게 아니라면 홍 전 상무는 양도·증여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했을 것이란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집안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순 없지만 홍 전 상무의 부동산 매입은 여러 측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가 청담동 고급 아파트를 매입한 시점은 아버지인 홍 전 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사퇴의사를 밝혔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후 한 달이 겨우 지난 시점이다. 남양유업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후로부터는 3주 정도가 지났었다. 여러 가지로 회사와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였다. 통상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매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홍 전 상무의 부동산 쇼핑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홍 전 상무는 스스로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기였다. 그는 지난 4월 보직에서 해임됐다. 회삿돈 유용 등의 의혹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홍 전 상무가 그간 회사 자금으로 개인적 용도로 고가 외제차를 임대한 데 이어 생일 같은 가족행사에 쓴 돈을 회사 비용으로 청구하는 등 회삿돈 유용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급 아파트를 매입한 홍 전 상무의 행보는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양유업 매각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회사를 팔아치우면 그만이지만 그간 회사를 위해 일해 온 남양유업 임직원은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홍 전 상무 개인의 입장이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굳이 해당 시점에 부동산을 매입해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근 남양유업은 다시 한 번 여론의 입방아에 오른 상태다. 홍 전 회장이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다. 당초 남양유업은 임시주총을 통해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만 홍 전 회장이 임시주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매각은 미궁 속에 빠졌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마음을 바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앤컴퍼니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또 다른 리스크와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물론 외부인까지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오너일가가 회사 정상화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행보를 보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들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회사와 수많은 임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보다 신중한 행보를 기대한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