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터 규제까지, 도 넘은 국산차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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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06 00:02:11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대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온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 들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3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92만4008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만8257대보다 2.6% 감소한 수치다. 국산차의 판매 실적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수입차가 그 자리를 꿰찼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중견차 업체 3개사의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무려 34.9%나 감소한 반면 수입차의 상반기 판매량은 16만73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9% 급증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1%p 상승한 18.1%에 달한다.

수입차와 국산차 판매량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차에 대한 역차별 요소가 판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된다. 수입차와 국산차 간 개별소비세(개소세) 과세 시기가 다르다는 점은 분명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국산차에는 공장에서 반출할 때 책정하는 출고 가격에 개소세가 부과되지만 수입차는 수입 신고 가격에 개소세가 더해진다. 국산차 출고가에는 판매관리비와 영업 마진이 포함돼 있는 반면, 수입차 신고 가격에는 빠져 있다. 과세표준이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차에 세금이 덜 붙을 수밖에 없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세 과세에 대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비영업용 승용차의 경우 배기량을 기준으로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600cc 이하는 cc당 140원, 1600cc 초과는 cc당 200원이 과세된다. 이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배기량이 큰 그랜저(2497cc)가 벤츠(1991cc)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과 관련해서도 국산차는 수입차에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는 자체 기술 인력이 직접 품질을 검사해 통과한 차량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마음껏 영위하고 있다. 덕분에 수입차 업체는 자사 차량의 잔존 가치 하락을 막고 신차 추가 할인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상반기 국산차의 판매 부진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수입차 대비 국산차업체에 대한 역차별이 판매량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입차와 국산차 간 개소세 부과 시점과 자동차세 과세 기준 차이는 수입차와 국산차가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없도록 만든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 소비자들은 세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구매할 공산이 크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거래 금지 역시 수입차와의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는 것은 수입차 업체만 배불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국산차가 수입차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자동차 시장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오창영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