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오독(誤讀)하는 방송의 수준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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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이재언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06 10:40:21

겉은 터프하지만 내면은 순수하고 수줍은 순정을 소재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세태 질타하는 이색적 조각 세계

각국의 조각 행사에 단골 작가로 초대되는 K-아티스트

‘조폭을 미화한다’는 오해와 오독으로 상처도 많이 받아

머리가 짧고 배도 좀 나온 사내가 있다. 게다가 문신도 했고, 얼굴에는 계급장 같은 흉터를 가진 사내, 누가 봐도 조폭단의 일원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그 사내를 만나기만 하면 관객은 즐거워한다. 어울리지 않는 인형을 안고 있다거나 프러포즈를 앞두고 상기된 표정으로 꽃다발을 들고 있으며, 캐릭터 모자와 목도리를 쓰기도 하고,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조심스럽게 쥐고 있는가 하면 공공화장실 앞에서 연인의 소지품을 들고 기다리는 듯 하는 설정 등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 개성이 넘치고 유머러스한 인물상, 조폭 이미지로서 그 표현이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원근의 독보적인 조각이다. 보통 조각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인데 반해 보는 재미가 여간한 게 아니다.

그의 조각이 단순히 재미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싱 글러브를 끼고는 있지만 어딘가 겁먹은 듯한 표정 같은 데서 읽을 수 있듯이, 무언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데가 있다. 사람의 외면과 달리 우리가 읽어야 할 내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조폭이 등장하고 있지만 갱스터 느와르처럼 살벌하거나 어둡지 않고 희망과 따뜻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면서 이야기하는 바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코믹터치가 가미되어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배시시 웃으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김원근을 만나보자. 작품을 보고 즐겁게 웃었던 사람들은 작가를 만나보고서 또 한 번 웃는다. 작품 이미지와 작가의 이미지가 비슷해서다. 이렇듯 유쾌한 웃음을 주는 김원근은 사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류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아트페어, 조각심포지엄,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으로 무수히 많은 초대를 받은 블루칩 작가다. 우리가 ‘미술에도 한류가 있다’고들 말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작가이다. 특히 조각계에서는 ‘조각심포지엄’이라는 공개적인 현장 제작 행사의 참여가 대단히 중요한 스펙으로 인정된다.

대중이 보는 앞에서 직접 작업하며 함께 호흡하고 토의하는 것은 아무래도 공장시설에 제작을 의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제작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 정도의 기간으로서 그 나라의 대중과 언론에 노출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또한 공공장소에 작품이 설치되기 때문에 작가에게도 좋은 기회이지만 국가적으로도 국위선양까지 이루게 된다.

그는 수많은 국제조각심포지엄의 단골 초대작가이다. 그가 초대되어 작품을 남긴 곳을 대략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짜이(대만), 시안(중국), 이즈미르, 이스탄불, 카르탈, 에스키 쉐하르, 부르사(터키), 오다와라, 미야자키(일본), 알메리아(스페인), 팬자(러시아) 등이다.

예술에는 ‘심적 거리’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어떤 악랄한 악인의 역을 맡아 열연하는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경우는 있어도 배역과 배우를 동일시 하지는 않는다. ‘거리’를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보고서 분노를 참지 못해 무대 위로 뛰어올라 배우를 때리는 현장사고 사례들이 간혹 있다는, 즉 ‘거리의 상실’ 사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상인의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 이러한 ‘거리의 상실’ 사례들이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반 시민들도 아닌 일부 지상파 방송에서 ‘시민 혈세로 웬 조폭이냐’는 비난조의 보도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시민들은 ‘예술을 예술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에 보다 깊은 전문성과 판단력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언론이 일반인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상식과 판단력으로 ‘거리의 상실’을 과시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국내외 무대에서 대중에게 웃음과 함께 따뜻한 내면의 승리, 사랑을 강조하는 작가의 순정적 휴머니즘은 극장가에 끊이지 않는 갱스터 느와르와는 궤를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약간의 ‘거리’만 있어도 판단할 수 있는 수준, 조폭을 미화하는 내용도 아니며 갱단들의 살벌하고 잔인한 무용담도 아니다. 보편적 인간의 내면에 있을 수 있는 선한 구석에 기대를 갖고 그 가능성을 들춰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전문가가 아니라 보통의 감수성과 상식을 가진 이라면,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능히 공감하기에 웃음을 짓는 여유를 갖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한류문화의 마지막 방점은 ‘K-아트’이다. 우리의 미술을 비롯한 각종 디자인이 강력한 임팩트를 가지고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K-아트 역군들이 팬데믹 종식만을 학수고대하며 절차탁마 중이다. 세계인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우리의 미술, 작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와 지원을 못할망정, 현재까지 빛나는 성취를 보이며 앞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까지 확인된 아티스트에게 보도라는 이름의 테러를 가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소셜미디어에 이색적이고 사랑스러운 미적 경험을 혼자만 누리기엔 아까워 널리 전파해온 수많은 시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또한 오독의 자유라 치부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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