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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현실에서 성립할 수 없는 체제
관념이나 상상 속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사회주의는 성립할 수 없는 체제다.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사회주의는 체제로서 성립할 수 없음에도 ‘현실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좌파들이 인민들의 시기심을 선동하여 억지로 정치 권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주의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가격제를 부정한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분배의 ‘무정부성’ 대신 사회주의적인 계획적 생산과 분배를 하는 것이 옳다며 시장 가격제는 나쁜 것이라 주장한다. 대신 중앙계획기관(GOSPLAN)이 각 사업장에 생산물의 가격을 ‘지시’하는 지시 가격제를 시행하는데, 문제는 합당한 지시 가격을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격은 권력의 간섭 없이 시장에서 ‘무정부적으로’ 생성돼야만 한다. 그렇게 생성된 시장 가격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척도가 되지만 권력자의 자의에 따르는 지시 가격은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반(反)파시즘 전쟁에 따른 자본주의 진영의 지원이 없었다면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는 효율성이 없어 20세기 전반에 스스로 붕괴해 사라졌을 것이다.
둘째,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 시장경제의 참여자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는다. 수많은 참여자가 아이디어나 기술로 이익을 실현하려고 경쟁하는 체제야말로 경제 발전과 성장의 활력이 된다.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국가만이 온전한 국가로 기능하게 되는 이유다.
인민의 경제 생활까지 지배하려는 전체주의 권력은 경제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도입을 어렵게 만든다. 사회주의 권력은 인민들이 새로운 선호와 욕구를 표출할 수 없게 억누르고, 인민들의 그런 욕구를 ‘자본주의 날라리 풍’이라고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해 틀어막는다. 그 결과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수요의 창출이 늦어지고, 사회주의 체제 내 인민들은 시장경제 체제 국민과 비교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식 체계 자체가 가치의 원천이 되는 지식경제 시대에는 노동만이 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노동가치론이나 잉여가치설로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주의 정권들이 낡은 마르크스주의 가치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계급 착취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의 근거이자 공산당 일당 독재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사회주의 권력자들은 처음부터 인민들의 불만의 싹을 잘라야 했다. 시장경제 국가들에 비교하여 뒤떨어진 국가라는 사실을 인민들이 알지 못하게 정보 유통을 막아야 했고, 인민들의 선호와 욕구 수준을 억눌러야 했다.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선동,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강조 등 인민의 욕구를 통제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선전·선동은 사회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치 사업이 된다.
북한과 쿠바 정권은 인민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하고 있고, 중국 정권은 인터넷에서 특정 단어의 검색을 아예 차단하거나 특정 앱을 제거하는 등의 정보 통제를 일삼고 있다. 얼마 전 쿠바 정권은 대통령 교체 기념으로 인민들에게 인터넷을 잠시 열어줬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를 통해 자기 나라의 실상을 알게 된 쿠바 인민들은 곧바로 반체제 시위에 나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쿠바 정권은 황급히 인터넷을 차단했다. 정보 혁명의 시대에 외부 정보를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 있을까?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의 허망한 짓거리다.
사회주의 권력자들은 안면몰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하는 사기꾼들이다. 역사적으로 벌써 없어졌어야 할 전체주의 체제를 억지로 유지하면서 지배 권력을 지키려고 하니 사회주의 권력자들은 자기 인민들에게 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간단한 사실을 복잡하게 말하는 자들
20세기 냉전은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1989~1990년 현실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은 모두 체제를 전환했다. 단 전 세계에서 딱 두 나라, 북한과 쿠바만이 현실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했다.
세계적 체제 전환의 시대에 북한 정권이 낡은 현실 사회주의 체제를 존속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지하거나 간교한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와 후원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즉 직선제로 등장한 정권들 중 우파 정권은 무지와 공명심 때문에, 친북 정권은 이념과 간교함 때문에 북한의 체제 전환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노태우 정권의 핵심 실세는 세계의 변화에는 무지하면서도 통일 대통령이라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북한 정권과 남북기본합의서 및 유엔 동시 가입에 합의해 세계적 시대 변화를 거스르고 북한의 체제 전환을 방해했다. 김영삼 정권은 간교한 주사파 인사들을 신임해 미국의 북한 핵 시설 파괴를 막았다. 이후 김대중 정권부터 등장한 친북 정권들은 민족의 장래를 위한 바람직한 길은 저버리고 오로지 북한 정권의 보위에만 매달렸다. 지금 북한 핵은 북한 인민들을 전체주의 체제의 인질로 포획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들 정권들은 북한 인민들의 고통을 무기한 연장하는 역사에 남을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간단한 사실을 정리해 보자. 첫째, 위에서 논증한대로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20세기에도 자립하기 어려웠고, 특히 지식경제 시대인 21세기에는 더더욱 존립할 수 없다. 둘째, 북한은 전체주의 전제정과 사회주의 경제 체제 국가이고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 국가다. 셋째, 체제가 다른 국가 간 연방을 구성한 사례는 지구상에 한 군데도 없다. 넷째, 지식경제 시대에는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 국가만이 번영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나 지식 계급들은 이런 간단한 사실의 바탕 위에서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지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지식 계급들은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간단한 사실을 빙빙 돌려 말하면서 국민의 공론 형성을 왜곡하기 위해 광분한다. 아직도 특정 이념에 중독됐거나 어떤 세력으로부터 매수된 듯하다.
“김영삼-김일성 회담 추진 당시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세현(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씨는 2015년 YS 추모 칼럼에서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추진력 강한 YS가 임기 동안 남북 관계를 확실히 발전시켰을 것이고, DJ가 그 바탕 위에서 더욱 진전시켰을 것이며 노무현도 그 방향으로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관계 개선이 구조화됐더라면 (그 이후) 보수 성향 대통령도 그 흐름을 뒤집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가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조선일보, <김대중칼럼> 2021.8.3.)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지칭되는 조선일보의 김대중은 이 글에서 자신의 속내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정세현이 말하는 ‘남북 관계 개선의 구조화’는 고려연방제를 뜻하는 것일 텐데도 그는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 친북 정치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수, 언론인, 칼럼니스트 등은 감언이설만 내세웠지 정확히 어떤 통일인지, 무엇이 평화인지 밝히지 않는다.
어떤 체제로 통일할 것인가가 핵심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이 어떤 체제로 통일을 달성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에는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국가만이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국가 실패가 늘고 있고, 실패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해 자국을 떠나는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실패를 막으려면 대한민국과 북한 모두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확고히 세워야한다. 통일은 북한 체제를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켜야만 이룰 수 있는 과업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어떻게 평화롭게 달성할지 하는 것은 다른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 전환 사례를 살펴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우선 국제 제재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한다. 조선노동당은 전체주의적 지배 권력 욕심을 포기하고 당원들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갈 길을 개척해야 한다.
북한 내부적으로 ‘견제 받고 경쟁하는 권력’에 의한 통치를 형성하기 위해 당장 복수 정당을 만들 수 없다면, 과도적으로 중국식의 집단지도체제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국유 재산을 사유화하고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수 산업과 함께 수출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제 수지 균형을 목표로 하되, 당분간은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적자를 메우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산업화를 이뤄야 한다. 대한민국처럼 수출 자유 지역을 만들 수도 있다. 독일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북한 지역 국민 소득이 대한민국의 약 절반에 이를 때쯤 완전한 통일을 이루면 된다.
이런 정도(正道)를 제쳐놓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남북 연방제를 추진하는 자들은 민족에 대해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체제가 다른 나라 간의 연방제는 불가능하다. 연방제 주장은 북한의 체제 전환을 가로막고 현재의 북한 정권을 억지로 연장하자는 사기술책에 불과하다. 그것은 통일과 평화의 대안이 아니라 북한 인민과 우리 국민의 고통을 영구화하는 ‘인류에 반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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